이용수 할머니 "회견문 내가 썼다…억측 말라"

김어준이 제기한 배후설 반박

"30년간 후원금 사용 얘기
정대협서 한 번도 들은 적 없어"

시민단체 "윤미향 사퇴해야"
사진=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92)는 26일 일부에서 제기한 ‘기자회견 배후설’을 일축했다.

이 할머니는 이날 JTBC 인터뷰에서 전날 발표한 기자회견문이 이 할머니의 뜻이었냐는 질문에 “내가 무식한 사람이지만 삐딱삐딱하게라도 쓴 것”이라며 “(수양)딸 보고 똑바로 써달라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시는 그런 얘기하지 말아 달라”고 덧붙였다.친여 방송인인 김어준 씨는 이날 “기자회견문을 읽어보면 이 할머니가 쓰신 게 아닌 게 명백해 보인다. 누군가 왜곡에 관여하는 게 아니냐”고 했다.

이 할머니는 30년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의기억연대의 전신)와 활동하며 후원금 사용에 대해 얘기를 들어본 적 있냐는 질문에 “한 번도 들은 적 없다”고 답했다.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 이후 시민사회와 여당에서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자(전 정의연 이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을 지낸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는 “정의연 임원들이 위안부 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하는 데 필요한 정의로움과 도덕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며 “자신들이 잘못되면 위안부 운동 자체가 실패할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는 것은 결국 ‘위안부 운동의 사유화’를 자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한·일 역사 전문가인 강창일 민주당 의원은 “정의연 활동을 하다가 정치권에 온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며 “할머니가 지적한 것에 대해 나름대로 해명할 것은 해명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법적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도 있을 수 있고,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윤 당선자와 정의연이 회계 투명성 문제에 관해 명확하게 소명하라는 것”이라며 “그에 따르는 부분을 정확하게 책임지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전날 기자회견에 윤 당선자도 참석할 것을 요구했으나 윤 당선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윤 당선자는 지난 18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의원직) 사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한 뒤 이날까지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김남영/양길성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