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승계 관련 보고받거나 지시한 적 없다"

3년3개월 만에 검찰 출석

삼성물산 합병관여 의혹 부인
檢, 내달 기소여부 결정할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26일 검찰이 제기한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의혹을 모두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이날 오전 8시께부터 이 부회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이 부회장이 검찰에 소환된 것은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려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조사받은 지 3년3개월 만이다.이 부회장은 검찰이 제기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및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에 대해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합병 당시 삼성물산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제일모직 가치를 부풀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도 이 부회장 승계와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는 회계처리 기준 변경으로 4조5000억원의 장부상 이익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역시 이 부회장이 지분을 다수 보유한 제일모직의 가치 상향을 위해 삼성바이오의 회계분식이 이뤄졌다는 논리다.

이 부회장은 이날 합병과 분식회계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 측은 2017년 국정농단 관련 1심 재판에서 최후진술을 할 때도 “합병 의혹에 대해서는 세간에 많은 오해와 불신이 있었다”며 “세간의 의혹 중 사실로 밝혀진 것은 하나도 없다”고 발언한 바 있다.이 부회장이 이날 소환되면서 1년6개월째 끌어오고 있는 이번 수사도 조만간 마무리될 전망이다. 검찰이 현재까지 소환한 삼성 관계자가 수백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지는 만큼 재판에 넘겨지는 인원도 대규모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법조계에선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이 부회장도 기소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이 부회장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증거인멸 혐의로만 삼성 임직원 8명을 구속 기소했지만, 사건의 본류인 분식회계 등 혐의로는 아직 신병을 확보한 사례가 없다. 최근 삼성 임원급 인사들을 줄소환하며 ‘혐의 다지기’에 주력했던 검찰은 이 부회장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내달께 주요 피의자의 구속영장 청구와 기소 여부 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안효주/이인혁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