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요양원 참변에 고소득국 노인정책 민낯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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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아일랜드·노르웨이 등 사망 절반이 요양원
캐나다는 80% 육박…고질적 부실관리 탓 전염병에 취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각국에서 요양원 피해가 특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각국이 바이러스 취약계층이 거주하는 요양원 보호를 정책적으로 등한시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6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런던정경대(LSE) 연구진을 주축으로 한 연구단체 '장기요양서비스 측면의 코로나19 대응'(LTCcovid)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이 같은 실태를 보도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벨기에, 프랑스, 아일랜드, 캐나다, 노르웨이 등 국가에선 전체 코로나19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요양원 내 혹은 요양원 주민 중에서 발생했다. 집단면역 대응책을 택한 스웨덴에서도 지난 14일 기준으로 요양원 주민 사망자가 1천661명으로 집계돼 전체 사망자(3천395명)의 49%를 차지했다.
비영리 기구인 카이저가족재단의 집계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지난 15일 기준으로 35개 주에서 요양원 거주자 3만130명이 코로나19로 사망해 이 지역 총 사망자의 34.6%를 차지했다.
CNN은 코로나19가 비교적 이르게 확산한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이 요양원 보호에 소홀해 피해를 초래했지만 이후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됐다고 지적했다. LTCcovid 보고서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피해가 정점에 이른 지난 3월 8일에 롬바르디아주 정부는 요양원에 경증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한 공간을 확보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이후 요양원에 경증 환자 1명당 150유로(약 20만원)를 제공한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한 익명 관계자는 현지 보건부가 병원 등 의료 시설의 신규 환자 치료를 요양원 주민 등 기존 환자 치료보다 중시했다고 CNN에 밝혔다. 이후 이탈리아 온라인매체 일포스트는 3월 30일까지 이 지역 요양원 주민들이 "정상 수준보다 훨씬 많은" 규모로 감염되거나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에서도 지난 1월 24일 코로나19 최초 확진 사례가 나왔지만 당국은 3월 6일에서야 요양원 관련 지침을 발표했다.
최초 사망자가 2월 중순에 나왔음에도 당국은 4월 2일까지 공식 사망자 수에 요양원 관련 사망자 수를 따로 표기하지 않았다.
또 프랑스 정부는 3월 초 마스크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 주 정부에서 마스크를 징발해 의료 시설에 배포했는데, 이 과정에서 마스크 공급망에 차질이 생겨 일부 요양원에선 2주 동안 주문한 마스크를 받지 못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스페인도 1월 말에 최초 확진자가 나온 후 3월 5일까지 요양원 관련 지침을 마련하지 않았다.
이 지침도 증상이 있는 주민이나 직원은 격리하도록 했지만 증상자들과 접촉한 사람에 대해선 따로 격리를 요구하지 않았다.
아울러 의심 사례가 발생하거나 직원, 장비가 부족할 때 연락할 대상도 따로 명시하지 않아 개인의료장비(PPE) 부족 등 문제가 악화했다고 LTCcovid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들 나라 이후 피해가 확산한 곳에서도 사태 초기 요양원은 대개 방치됐다.
영국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지난 2월 25일 병원에는 환자 유입에 대비하라고 지시했지만, 요양원 주민들에게는 감염 위험이 "매우 낮다"고 조언했다.
이런 지침은 확진자 수가 594명으로 폭증한 3월 13일에서야 바뀌었다.
영국 통계청(ONS) 집계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잉글랜드와 웨일스 내 코로나19 사망자(3만3천365명)의 최소 38%(1만2천526명)가 요양원 주민이었다.
캐나다는 지난 8일 기준 코로나19 사망자(4천740명)의 무려 82%(3천890명)가 요양원 주민이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이날 캐나다군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온타리오주 내 일부 요양원은 바퀴벌레와 개미로 오염되고, 주민들은 기저귀도 교체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LSE 의료정책 평가센터의 아델리나 코마스 헤레라 교수는 "그간 병원과 지역 감염에 비해 요양원은 많은 관심을 받지 못했다"며 "이는 많은 나라에서 돌봄 분야가 지닌 낮은 위상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캐나다는 80% 육박…고질적 부실관리 탓 전염병에 취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각국에서 요양원 피해가 특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각국이 바이러스 취약계층이 거주하는 요양원 보호를 정책적으로 등한시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6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런던정경대(LSE) 연구진을 주축으로 한 연구단체 '장기요양서비스 측면의 코로나19 대응'(LTCcovid)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이 같은 실태를 보도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벨기에, 프랑스, 아일랜드, 캐나다, 노르웨이 등 국가에선 전체 코로나19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요양원 내 혹은 요양원 주민 중에서 발생했다. 집단면역 대응책을 택한 스웨덴에서도 지난 14일 기준으로 요양원 주민 사망자가 1천661명으로 집계돼 전체 사망자(3천395명)의 49%를 차지했다.
비영리 기구인 카이저가족재단의 집계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지난 15일 기준으로 35개 주에서 요양원 거주자 3만130명이 코로나19로 사망해 이 지역 총 사망자의 34.6%를 차지했다.
CNN은 코로나19가 비교적 이르게 확산한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이 요양원 보호에 소홀해 피해를 초래했지만 이후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됐다고 지적했다. LTCcovid 보고서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피해가 정점에 이른 지난 3월 8일에 롬바르디아주 정부는 요양원에 경증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한 공간을 확보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이후 요양원에 경증 환자 1명당 150유로(약 20만원)를 제공한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한 익명 관계자는 현지 보건부가 병원 등 의료 시설의 신규 환자 치료를 요양원 주민 등 기존 환자 치료보다 중시했다고 CNN에 밝혔다. 이후 이탈리아 온라인매체 일포스트는 3월 30일까지 이 지역 요양원 주민들이 "정상 수준보다 훨씬 많은" 규모로 감염되거나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에서도 지난 1월 24일 코로나19 최초 확진 사례가 나왔지만 당국은 3월 6일에서야 요양원 관련 지침을 발표했다.
최초 사망자가 2월 중순에 나왔음에도 당국은 4월 2일까지 공식 사망자 수에 요양원 관련 사망자 수를 따로 표기하지 않았다.
또 프랑스 정부는 3월 초 마스크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 주 정부에서 마스크를 징발해 의료 시설에 배포했는데, 이 과정에서 마스크 공급망에 차질이 생겨 일부 요양원에선 2주 동안 주문한 마스크를 받지 못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스페인도 1월 말에 최초 확진자가 나온 후 3월 5일까지 요양원 관련 지침을 마련하지 않았다.
이 지침도 증상이 있는 주민이나 직원은 격리하도록 했지만 증상자들과 접촉한 사람에 대해선 따로 격리를 요구하지 않았다.
아울러 의심 사례가 발생하거나 직원, 장비가 부족할 때 연락할 대상도 따로 명시하지 않아 개인의료장비(PPE) 부족 등 문제가 악화했다고 LTCcovid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들 나라 이후 피해가 확산한 곳에서도 사태 초기 요양원은 대개 방치됐다.
영국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지난 2월 25일 병원에는 환자 유입에 대비하라고 지시했지만, 요양원 주민들에게는 감염 위험이 "매우 낮다"고 조언했다.
이런 지침은 확진자 수가 594명으로 폭증한 3월 13일에서야 바뀌었다.
영국 통계청(ONS) 집계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잉글랜드와 웨일스 내 코로나19 사망자(3만3천365명)의 최소 38%(1만2천526명)가 요양원 주민이었다.
캐나다는 지난 8일 기준 코로나19 사망자(4천740명)의 무려 82%(3천890명)가 요양원 주민이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이날 캐나다군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온타리오주 내 일부 요양원은 바퀴벌레와 개미로 오염되고, 주민들은 기저귀도 교체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LSE 의료정책 평가센터의 아델리나 코마스 헤레라 교수는 "그간 병원과 지역 감염에 비해 요양원은 많은 관심을 받지 못했다"며 "이는 많은 나라에서 돌봄 분야가 지닌 낮은 위상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