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앞다퉈 홍콩보안법 여론전…압박받는 한국 외교

미국, 한국 등 동맹국 주미 외교단에 홍콩보안법 입장 설명
중국, 정당성 주장하며 이해 구해…정부 "주시하고 있다"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한국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양국의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그러나 안보와 경제 등에 미칠 파장을 고려하면 어느 쪽과도 틀어지기 부담스러운 한국은 일단 양국 사이에서 줄타기할 수밖에 없어 고민이 깊어지는 형국이다.

27일 외교가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최근 워싱턴D.C.에서 미국 주재 외교단을 대상으로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홍콩보안법에 대한 미국 입장을 설명했다.

미국은 주요 동맹국과 협력국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했으며, 한국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홍콩보안법은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과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활동 등을 금지·처벌하고, 홍콩 내에 이를 집행할 기관을 수립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미국은 이 법이 홍콩의 자치권과 인권 보장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반대하며, 중국이 제정을 강행하면 홍콩이 누려온 특별지위 박탈 등을 통해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미국이 외교단을 대상으로 주요 정책이나 외교 방향을 설명하는 것 자체는 이례적인 일이 아니지만, 미중이 격렬히 대립하는 상황에서 열린 이번 설명회는 사실상 한국 등 동맹국에 대한 지지 요청으로 해석된다.
중국도 한국에 자국 입장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는 지난 24일 중국 관영 CCTV 인터뷰에서 "중한은 우호적인 이웃 국가로서 핵심문제에 대한 서로의 입장을 존중해왔다"며 "홍콩 문제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측은 한국 측에 홍콩 관련 국가안전법에 관한 배경을 적극적으로 소개할 것이고 한국 측의 이해와 지지를 얻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실제 중국 정부는 지난 22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 즈음에 홍콩보안법 입법 내용을 한국 외교부와 공유했다.

이 과정에서 홍콩보안법의 정당성을 강조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홍콩보안법을 둘러싼 미중 양국의 여론전에 적어도 공개적으로는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중 갈등에서 어느 한 편에 서는 것으로 인식될 경우 치러야 할 비용에 대해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을 통해 뼈저리게 체험한 정부로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홍콩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주시하고 있다.

홍콩은 우리와 밀접한 인적·경제적 교류 관계를 가진 곳"이라고만 밝혔다.정부는 28일 관계부처와 정부 산하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제7차 외교전략조정 통합분과회의를 열어 미중 갈등을 비롯한 국제 사안에 대한 대응 방향을 논의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