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쉽게 풀어주는 '위상수학'…AI 발전의 기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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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롱코리아 포럼 2020“인공지능(AI) 발전을 위해선 빅데이터가 필요하지만 복잡한 데이터를 분석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AI가 빅데이터를 가장 잘 처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침서가 바로 위상수학입니다.”
기조연설 - 군나 칼슨 아야스디 창업자
갈릴레오가 간단한 방정식으로 중력 계산했듯
위상수학은 데이터 단순화하는 최적의 도구
신약 개발·금융사기 예방 등 활용분야 무궁무진
군나 칼슨 아야스디 창업자(미국 스탠퍼드대 수학과 교수·사진)는 27일 경기 고양시 빛마루방송지원센터에서 온라인 생중계로 열린 ‘스트롱코리아 포럼 2020’ 기조연설에서 “위상수학을 이용해 AI를 발전시키면 금융사기 방지, 신약개발 등에서 인류의 삶을 비약적으로 도약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를 위해 칼슨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 자택에서 원격으로 참여했다.칼슨 교수는 ‘위상수학 기반 AI 데이터 분석(TDA)’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아야스디라는 기업을 2008년 창업했다. 아야스디는 세계경제포럼(WEF)이 ‘차세대 구글’로 지목할 만큼 유망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이날 ‘수학의 힘으로 AI 역량 업그레이드’를 주제로 강연하면서 AI 연구 분야에서의 위상수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AI 시대 화두는 데이터 단순화”AI가 발전하기 위해선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를 분석해야 한다. AI는 데이터 학습을 통해 기능을 향상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AI 적용 분야가 늘어나면서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게 문제다. 금융사기 탐지, 사이버 보안, 유전자 분석 등은 데이터의 복잡도가 매우 높은 분야다. 칼슨 교수는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변수 간 인과관계가 복잡해지고 그만큼 AI의 학습기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며 “데이터를 단순화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런 데이터의 단순화는 과학의 태동기부터 존재해왔다. 예를 들어 16세기 갈릴레오는 피사의 사탑에서 다양한 변수를 통제한 채 ‘시간’과 ‘높이’라는 변수만으로 중력을 분석했다. 간단한 방정식을 통해 인과관계를 증명해낸 사례다. 칼슨 교수는 “수학은 복잡한 현상을 간단한 인과관계로 모델링할 수 있다”며 “데이터 단순화에 큰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데이터 단순화의 핵심 ‘위상수학’칼슨 교수는 “위상수학은 데이터를 단순화하는 최적의 도구”라고 소개했다. 위상수학은 형태를 데이터로 바꿔주는 학문이다. 2차원, 3차원 등 여러 차원에서의 기하학 형태들의 위상학적 속성을 파악해 유형화한다. 통상 오일러의 수(면의 개수+점의 개수-선의 개수)로 데이터값을 매긴다. 위상수학 자료를 분석하는 프로그램 내의 특수 공간에 빅데이터를 뿌리고 데이터의 특성을 골라낸다. 데이터의 특별한 패턴을 찾는 방식이다. 칼슨 교수는 “아무리 복잡한 데이터라도 조직화해 모양을 뽑아내면 쉽게 해석할 수 있다”며 “AI는 이렇게 분석된 데이터 패턴을 활용해 보다 심화된 학습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빅데이터 분석 기술 아야스디 코어
칼슨 교수가 창업한 아야스디는 위상수학을 활용해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 ‘아야스디 코어’를 개발했다. 미국 뉴욕 마운트사이나병원, HSBC은행 등이 아야스디 코어를 의료, 금융 분야에 활용하고 있다.아야스디 코어는 2형 당뇨병 환자 분석에도 사용되고 있다. 칼슨 교수는 “의무기록 데이터, 유전치료 정보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환자를 유형화할 수 있었다”며 “유형별로 각기 다른 처방을 내려 치료 효율성을 극대화했다”고 말했다.
돈세탁 등 불법거래의 이상 징후도 포착할 수 있다. 아야스디 코어를 활용해 불법 거래 패턴을 AI에 학습시키고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잡아내는 방식이다.
칼슨 교수는 “AI가 필수인 시대에 위상수학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