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가는 반도건설…한진칼 지분 2% 더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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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경영참여 원했던 권홍사 회장 '독자행보' 나섰나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3자연합’의 한 축인 반도건설이 한진칼 주식을 추가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3자연합의 대표 격인 KCGI(강성부펀드)가 “섣불리 임시주주총회를 요구하지 않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건설의 지분 매입으로 경영권 분쟁이 다시 점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대한항공 경영권을 요구했던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사진)이 독자 행보에 나섰다는 관측도 나온다.
3자연합 지분율 44.85%
조원태 회장측보다 3%P 앞서
"임시주총 신중" KCGI와
지분율 19%대로 거의 같아져
반도건설, 경영권 분쟁 '재점화'
반도건설, 주축으로 부상하나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타법인’이 전날 한진칼 보통주 122만4280주(약 2.1%)를 매입했다. 금액으로는 1000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반도건설이 추가 매입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월 말 열린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완패한 이후 2개월 만이다. 반도건설이 2% 물량을 모두 사들였다면 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3자연합의 지분율은 42.75%에서 44.85%로 늘어나 조 회장 측(41.40%)을 3%포인트 이상 앞선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권 회장의 개인적인 일이어서 회사 차원에서 파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반도건설의 지분율은 KCGI와도 비슷해진다. 이번에 매입한 주식을 더하면 반도건설의 지분은 기존 16.9%에서 19.0%가 된다. KCGI와 0.36%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3자연합 내에서 반도건설이 주축으로 떠오르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까지 KCGI는 단일 주주로서 가장 높은 지분율을 가졌다는 이유로 3자연합의 대표 역할을 맡았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건설의 추가 매입을 KCGI와 조 전 부사장이 나중에 인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3자연합 가운데 반도건설의 자금력이 가장 세다는 것도 변수다. 반도건설은 지주사인 반도홀딩스와 반도건설 반도개발 대호개발 등 주력 계열사를 통해 총 1조원가량의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KCGI는 올해 11건의 주식담보대출 만기를 앞두고 있다. 당장 다음달만 4건이다. 조 전 부사장도 600억원대 상속세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2014년 말 뉴욕발 한국행 항공편을 후진시키고 탑승 사무장을 내리게 한 ‘땅콩회항’ 사건 이후 경영에 복귀하지 못해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KCGI ‘신중론’과는 차이
이번 반도건설의 대규모 매입은 KCGI 내부에서 힘을 얻고 있는 ‘신중론’과는 차이가 있다. 최근 KCGI 임원진 회의에서는 “당장 임시주총을 열지 말고 기다려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대한항공의 경영 상황이 급격히 나빠졌기 때문이다.정부가 ‘대한항공 살리기’에 나선 것도 KCGI에는 부담이 됐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이 지난달 발표한 대한항공 1조2000억원 지원책에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3000억원 규모의 영구채권이 포함됐다. 이 때문에 KCGI는 업계 상황이 악화한 상황에서 대한항공의 경영권을 흔들면 자칫 정부에 맞서는 것처럼 비칠 것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진그룹 측은 지난달 국책은행 금융지원에 대해 “위기 극복을 위해 한진칼에 대한 3자연합과의 소모적인 지분 경쟁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반도건설이 독자 행보를 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 회장은 지난해 12월 두 차례에 걸쳐 조 회장을 만나 본인을 한진그룹 명예회장으로 추천하고, 부동산 개발 등 회사 경영에 참여하게 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를 근거로 반도건설이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로 공시한 것이 허위라고 판단하고, 지난 3월 주총에서 반도건설이 보유한 지분 일부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3자연합은 각자 이해관계와 목표가 달라 형성 당시부터 명분이 부족했다”며 “지금은 ‘대한항공 경영 정상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권 회장이 대한항공 경영권을 요구했던 전례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아/정연일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