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 상용화 땐 전염병 치료제 개발 획기적 단축"

스트롱코리아 포럼 2020
세션 - 바이오기술 혁명 앞당기는 퀀텀 컴퓨팅

김재완·김태현·정연욱 교수 좌담
한국 후발주자지만 '역전' 가능
27일 경기 고양시 빛마루방송지원센터에서 열린 ‘스트롱코리아 포럼 2020’에서 발표자와 토론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상구 성균관대 자연과학대 학장, 금종해 대한수학회장, 황형주 포스텍 수학과 교수, 현동훈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 최대우 애자일소다 대표, 김재완 고등과학원 계산과학부 교수, 정연욱 성균관대 성균나노과학기술원 교수.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신약 개발에는 많은 변수가 있습니다. 디지털컴퓨터로는 수많은 변수가 포함된 복잡한 계산이 어려워요. 양자컴퓨터로는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죠.”

27일 열린 ‘스트롱코리아 포럼 2020’의 ‘바이오 기술혁명 앞당기는 퀀텀 컴퓨팅’ 주제 세션에서 김재완 고등과학원 계산과학부 교수는 “양자컴퓨터가 바이오 분야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재완 교수는 김태현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정연욱 성균관대 성균나노과학기술원 교수와 토론을 벌였다.양자역학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와 다른 특성이 있다. 디지털컴퓨터의 정보단위인 비트에는 0 또는 1만 담을 수 있다. 반면 양자컴퓨터는 0과 1을 동시에 구현하는 큐비트를 활용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연산 속도가 빨라진다. 예를 들어 100만 개 항목에서 원하는 정보를 검색할 때 디지털컴퓨터는 50만 번 연산해야 하지만 양자컴퓨터는 수천 번 연산으로 끝난다.

바이오 분야에서 양자컴퓨터가 주목받는 이유도 빠른 연산 속도 때문이다. 바이오 연구에는 수많은 데이터 분석이 필요하다. 슈퍼컴퓨터보다 더 빠른 양자컴퓨터가 필요한 이유다. 김재완 교수는 “단백질 형태 예측, 항원·항체 반응, 신약 개발 등 바이오 기술에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양자컴퓨터 개발이 아직 초기단계여서 실제 활용되는 데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연산이 늘 정확한 디지털컴퓨터와 달리 양자컴퓨터는 본연의 특성상 가끔 계산 오류가 난다. 이런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 교수는 “당장 양자컴퓨터를 이용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은 어렵지만, 완전한 양자컴퓨터가 개발되면 감염증 치료제 개발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양자컴퓨터와 늘 함께 등장하는 게 양자암호 기술이다. 속도가 빠른 양자컴퓨터 앞에서 기존 컴퓨터 보안 시스템은 쉽게 무력화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양자암호 등 새로운 보안 시스템이 함께 연구되고 있다. 김태현 교수는 “양자컴퓨터가 등장한 이후 가장 위협이 되는 게 보안문제였다”며 “양자암호와 함께 여러 가지 대안적인 암호체계가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양자컴퓨터 기술 수준에 대해 정 교수는 “한국이 후발주자지만 선진국과 격차가 크지는 않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가장 앞선 IBM의 양자컴퓨터가 50개 큐비트를 이용하는데, 한국은 3년 내 5~10개 큐비트를 이용한 서킷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반도체 같은) 뛰어난 하드웨어 기술을 밟고 올라서서 (양자컴퓨터라는) 큰 담장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