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 모독하는 김어준의 음모론

현장에서

정의연 의혹은 외면한 채
"누군가 왜곡된 정보 줬다"
회견문 배후설 계속 주장

김남영 지식사회부 기자
“무엇보다 이용수 인권운동가에 대한 비난과 공격은 자제해 주십시오. 운동의 의미와 가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것이며, 일본군 성노예제의 실태를 알리고 스스로의 존엄과 명예회복을 위해 함께 노력했던 30년이란 세월을 딱 그만큼 후퇴시키는 행위입니다.”

27일 열린 수요집회에선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비난을 멈춰달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정의연 의혹을 가장 먼저 제기하고, 크게 곤란케 한 사람이 이 할머니지만, 이 이사장은 할머니를 감쌌다. ‘위안부’ 피해자의 의지를 왜곡하려는 세력에서 보호하려는 뜻으로 보였다.이 할머니의 최근 기자회견 후 배후설이 부상하고 있다. 배후설의 중심에는 ‘음모론자’ 방송인 김어준이 있다. 그는 지난 26일에는 “기자회견문을 읽어보면 이 할머니가 쓰신 게 아닌 게 명백해 보인다. 누군가 왜곡에 관여하는 게 아니냐”고 하더니 이날 또 “왜곡된 정보를 준 누군가 관여한 게 아닌가 한다”고 얘기했다.

이 할머니가 전날 밤 JTBC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무식한 사람이지만 삐딱삐딱하게라도 쓴 것”이라며 “다시는 그런 얘기하지 말아 달라”고 반박했음에도 자신만의 ‘각본’을 완성시키려는 행동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이 할머니는 ‘위안부’ 인권운동의 필요성을 부정한 것이 아니다. 정의연과 그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문제를 도려내자고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이 할머니가 제기한 문제는 외면한 채 엉뚱한 소리로 본질을 흐리고 있다. 일각에선 김씨의 오만함을 지적했다. 구순 노인이 정돈된 언어로 자신의 주장을 명확히 드러내지 못할 것이라는 의식이 내포된 발언이라는 것이다. 김씨의 발언은 일본 정부를 상대로 투쟁하기 위해 고령에 경북대 명예대학 3년 과정과 명예대학원 2년 과정을 수료하며 역사, 여성학, 국제법에 대한 지식을 쌓은 ‘인권운동가’ 이용수에 대한 모독이다.김씨는 여권에 부정적인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음모론을 제기했다. 김씨가 2018년 진행하던 팟캐스트에서 ‘미투’ 운동에 대한 정치적 음모론을 제기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그는 “공작의 사고방식으로 보면 섹스는 주목도 높은 좋은 소재이고, 진보적인 가치가 있다”며 “피해자들을 좀 준비시켜 진보 매체에 등장시키고, 문재인 정부의 지지자들을 분열시킬 기회인 것”이라고 했다. 본질을 흐리는 그의 화법은 이번에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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