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0대 명문 호주 대학의 '中 눈치보기'

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
월터 러셀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

3대 명문 퀸즐랜드대 '뒤숭숭'
홍콩지지 반중시위 발발하자
대학당국, 주동자 제명 착수
친중 시위대의 폭력엔 눈 감아

편파의 극치 '퀸즐랜드 인민공화국'
재학생 20%가 중국인 유학생
총장 "中 거부는 현명한 선택 아냐
우리 이익·가치 충실한 시각 필요"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호주 퀸즐랜드대는 미국 아이비리그처럼 세계 100대 명문대 순위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는 학교다. 호주에선 3대 명문대 중 하나다.

최근 이 대학이 중국 문제로 시끄럽다. 호주 의회에서도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소동은 작년 7월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홍콩 시위대 및 신장위구르자치구 이슈와 얽히면서 시작됐다. 약 300명의 시위대는 이 학교 대학생 및 일반인들로 구성됐고 중국어로 구호를 외쳤다. 반대 시위대가 등장했던 건 그때다. 평화 시위대의 집회를 촬영한 데 이어 마이크를 빼앗았고 폭력을 썼다.호주 브리즈번의 쉬에즈 중국 총영사는 반대 시위대의 이런 ‘애국 행동’을 치하했다. 또 “분노에 찬 친(親)홍콩 학생들이 이 사태를 촉발했다”고 비난했다. 마리즈 페인 호주 외무장관은 즉각 경고하고 나섰다. 이례적으로 “호주의 모든 외교관은 언론 자유 및 평화 시위에 대한 권리를 존중하라”고 일침을 놨다. 이 와중에 쉬 총영사는 최근 퀸즐랜드대 외래 교수로 선임됐다.

이후 중국 관료들이 퀸즐랜드대 평화 시위에 참여한 학생의 모친을 찾아갔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반중(反中) 시위에 나가지 말아라. 그래야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했다.

상황은 악화했다. 홍콩·신장위구르 시위를 주도한 학생인 드루 파블루(20)는 작년 10월 “쉬 총영사가 자신의 생명을 위태롭게 했다”며 법원에 도움을 구했다. 학생 대표로 선발된 그는 학교 내 ‘공자연구소’ 앞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험을 알리는 경고문을 붙이기도 했다. 공자연구소는 중국이 ‘소프트 파워’를 강화할 목적으로 중국어 및 중국문화 강좌를 제공하는 곳이다.그동안 공자연구소는 논란이 돼 왔다. 각국 상아탑이 중국 정부와 긴밀해지는 걸 우려한 미국 의회는 작년부터 공자연구소를 유치하는 대학엔 미국 연방어학연수 자금을 끊기로 했다. 상당수 미국 대학은 그 이전부터 같은 이유로 공자연구소와의 연계를 단절했다.

퀸즐랜드대는 달랐다. 중국 비위를 맞추는 게 비즈니스 모델 중 하나였다. 공자연구소 유치를 포함해서다. 이 대학 재학생의 약 20%는 중국인이다. 중국 유학생들은 호주인보다 훨씬 많은 등록금을 내고 있다. 피터 호이 퀸즐랜드대 부총장은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한 공로로 13만달러의 성과급을 챙겼다.

호이 부총장은 헌신적이었다. 공자연구소 유치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수년간 무급 컨설턴트를 자처했다. 여기서 개설한 강좌는 대테러, 인권, 대량학살 방지 등 분야에서 중국의 지도력을 부각시키기도 했다.퀸즐랜드대는 파블루 학생의 행동을 명예 훼손으로 간주했다. 그의 처신에 대한 186쪽짜리 서류를 작성했고, 징계위원회에 참석하도록 했다. 이 학생은 현재 제적당할 위기다. 대학의 비공개 서류를 본 사람은 “파블루씨의 사소한 발언조차 매우 나쁘게 보이도록 만들었다”고 우려했다. 파블루 학생과 그의 변호사는 퀸즐랜드대가 자체 규정조차 지키지 않았다며 징계 심의 과정에서 퇴장했다.

퀸즐랜드대는 당혹스러울 정도로 편파적이다. 작년 7월 평화 시위를 방해한 학생을 조사하는 데는 시간을 거의 할애하지 않았다. 의문은 무척 많다. 공자연구소와 중국 영사관, 평화 시위를 막은 조직 간 어떤 고리가 있는 건 아닐까. 중국 경찰은 어떻게 시위대를 확인하고 이들의 가족을 방문했을까. 중국 유학생을 감시하고 협박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던 걸까. 반중국 성향의 퀸즐랜드대 학생들이 더 많은 위협에 노출돼 있는 건 아닐까.

퀸즐랜드대가 이런 질문의 답을 찾는 대신 파블루 학생의 소셜미디어나 뒤지고 있는 건 얼마나 심각하게 길을 헤매고 있는지 보여준다.이 대학은 모든 걸 부인하고 있다. 중국 영사관과 공자연구소 간 관계가 매우 적절하며, 파블루 학생에게 한 징계는 언론 자유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호이 부총장의 성과급 역시 오해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피터 바게세 퀸즐랜드대 총장이 “중국 거부 운동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우리 이익에 부합하고 우리 가치에 충실한 시각이 필요하다”고 발언한 건 이 대학의 태도를 잘 대변해준다.

총장 얘기가 틀린 건 아니다. 중국 학생들의 유입은 돈보다 훨씬 큰 가치를 창출하는 일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니 말이다. 하지만 중국과의 관계를 잘못 다루는 데 따른 대가는 치명적이다.

홍콩, 대만, 신장, 티베트와 같은 주제를 놓고 공개 토론하는 일이 외국 정부가 반대한다고 해서 억압돼선 안 된다. 대학 기준 위반으로 누군가를 쫓아내야 한다면, 그건 평화 시위대가 아니라 대학 지위를 악용하는 염탐꾼들이 돼야 한다.원제=The People’s Republic of Queensland
정리=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THE WALL STREET JOURNAL 한경 독점제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