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잘 견딜까"…2차 등교 이틀째 학부모들 불안

물류센터 확진자 증가·'어린이 괴질'에 '걱정 반 기대 반'
아이 기대 커 할 수 없이 학교 보내…일부는 가정학습 선택

"아이에게 불안이 전염됐는지 설레하다가도 가끔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학교에서 방역이 잘 될 거라고 믿고 아이를 등교시켰습니다."인천시 내 초교 2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2차 등교 이틀째인 28일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쿠팡 부천 물류센터 포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새 40명을 넘는 등 재확산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이날 인천의 또 다른 초교 2학년생은 출입문 발열 검사에서 체온이 37.7도로 나와 교실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아쉬운 표정의 딸을 다시 집으로 데려가던 학부모 서보연(41)씨는 "아이가 학교에 가고 싶어하고 다른 분들도 다 보내니까 불안한 마음이지만 등교시키는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늘고 서울에서 다기관염증증후군(일명 '어린이 괴질') 의심 사례가 나오면서 부산지역 초교생 학부모들도 노심초사했다.

초교 1학년 아들을 둔 학부모 정모(37)씨는 "아이가 마스크 착용을 힘들어하고 날도 더워지는데 잘 견딜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부산에서도 어린이 괴질 유사 사례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걱정했다.해운대초교 2학년 학부모 최모(45)씨는 "등교 안 하는 기간 생활습관이 엉망이 됐기 때문에 학교 수업을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고 한다"며 "하지만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지, 수도권 확진자 계속 나오고 괴질 의심도 있어 불안감은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교문 앞 풍경을 바꿨다.

광주 서구 계수초교의 한 1학년생은 멀리서 자신을 부르는 친구의 목소리를 듣고 반갑게 뛰어갔다.개학이 3달여 가까이 늦춰져 그리웠던 친구들이었다.

몇걸음 뛰어가던 이 학생은 문득 '친구와 손을 잡지 말라'는 선생님의 당부가 생각나 뛰던 걸음을 멈추고 엄마를 향해 뒤돌아봤다.

손을 잡아도 되는지를 묻는 아이에게 엄마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을 수밖에 없었다.

시무룩해진 두 학생은 단지 손을 흔들어 반가운 마음을 대신했다.
대구 수성구 동천초교에서는 오전 8시 30분부터 1∼2학년생들이 부모나 조부모 손을 잡은 채 교문 앞에 모습을 나타냈다.

학교 측은 오전 8시 50분께 등교할 것을 권장했지만 출근길에 자녀를 데려다주느라 이보다 일찍 도착한 학부모도 적지 않았다.

학생들은 교문을 지나 발열 체크를 한 후 1∼2m 간격으로 줄을 서서 반별로 교사 인솔에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정재균 동천초 교감은 "4부제를 도입해 반별로 학생 6명 안팎이 등교했다"며 "서로 간 거리를 잘 유지하도록 힘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북에서는 8만6천여 명이 등교 이틀째 수업에 나섰다.

유치원생 2만여 명, 초교 1∼2학년 3만500여 명, 중학교 3학년 1만5천여 명, 고교 2학년 1만7천여 명이 등원·등교했다.

그러나 초교 저학년 부모들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초등 1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아이가 친구들을 만나 정말 반가워한다"면서도 "코로나19 사태가 끝나지 않아 걱정이 앞서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충북에서는 일부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아예 등교시키지 않았다.

등교 첫날인 지난 27일 충북 도내 초등학교 1∼2학년 2만6천883명 가운데 13.6%(3천654명)가 교외체험학습을 이유로 등교하지 않았다.

이들 대부분은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으로 등교수업 대신 가정학습을 택했다.(변우열 조정호 김도윤 한무선 김동철 박정현 천정인 최은지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