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날이 반짝반짝" 주호영 "다 가져간다 얘기 안하면…"

566일 만의 대통령·여야 원내대표 靑 회동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가 566일 만에 청와대에서 머리를 맞댔다.지난 2018년 11월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정 상설협의체 회의 이후 처음이다.

오는 30일 임기를 시작하는 21대 국회를 맞아 여야 최고위층이 협치에 시동을 건 것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김태년·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28일 낮 12시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났다.상춘재는 청와대 경내에 최초로 지어진 전통 한옥으로, 주로 외빈 접견 시 이용된다.

공식 회담이나 회의 성격이 강한 본관 대신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상춘재를 오찬장으로 택한 것은 격의 없는 소통을 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를 염두에 둔 듯 문 대통령과 양당 원내대표 모두 '노타이' 차림이었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초당적 협력은 물론, 21대 국회에서 지속적인 협치가 절실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여민관에서의 집무를 마치고 상춘재로 도보로 이동, 기다리고 있던 두 원내대표를 반갑게 맞았다.

이달 초 21대 국회를 이끌 원내사령탑으로 선출된 두 원내대표와의 첫 만남이다.두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먼저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주 원내대표가 "날씨가 좋습니다"라고 하자 문 대통령도 "예. 반짝반짝"이라고 화답했다.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는 자리에서도 미묘한 신경전은 있었다.

김 원내대표가 "날씨처럼 대화도 잘 풀렸으면 좋겠다"고 하자 주 원내대표는 "김 대표가 '다 가져간다' 얘기만 안 하시면…"이라고 말해 웃음이 터졌다.

민주당의 '상임위 독식' 주장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문 대통령이 "빨리 들어가는 게 덜 부담스러우시겠죠"라고 정리했고 기념촬영 후 상춘재로 이동해 회동을 이어갔다.

이날 회동은 오찬을 겸해 1시간 10분으로 예정됐다.

허심탄회한 대화를 위해 문 대통령과 두 원내대표는 공개 모두 발언을 생략했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등으로 배석 인원도 최소화했다.

민주당과 통합당 양쪽 관계자는 배석하지 않았다.

회동에서는 코로나19 위기 극복 방안 등 '코로나 협치'가 주된 의제가 될 전망이다.문 대통령과 두 원내대표는 회동 후 청와대 경내를 함께 산책하며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