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비관적으로 보면 마이너스 성장 폭 더 커질 수도"[종합]

위기 상황선 적극적 재정, 통화정책 필요
미중갈등 주시, 환율시장 변동성 확대시 조치
사진=한경DB.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는 2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개 상황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비관적으로 본다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마이너스(-) 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로 '실효하한'에 가까워져이 총재는 이날 5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신흥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은행은 올해 GDP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0.2%로 큰 폭 하향 조정했다. 내년 전망치는 3.1%로 당초보다 0.7%포인트 높였다. 기준금리는 0.75%에서 0.5%로 0.25%포인트 추가 인하했다.

이 총재는 "이번 전망(-0.2%)은 전세계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2분기에 정점에 도달하고, 국내에서도 대규모의 재확산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이뤄졌다"며 "당분간 경제 전망은 코로나19 전개 양상에 대한 가정에 기초해 짚어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또 이 총재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저성장, 저물가 충격이 우려된다며 6명의 금통위원(조윤제 위원 제외) 만장일치로 5월 기준금리를 인하했다고 전했다. 사상 최저 수준인 0.5% 금리에 대해선 '실효하한'에 상당히 가까워졌다고 진단했다. 실효하한은 유동성 함정이나 자본유출 등을 고려한 기준금리의 하한선이다. 즉 중앙은행이 실제로 인하할 수 있는 한계 금리 수준을 의미한다.

이 총재는 "자본유출 측면에서 국내 실효하한이 미국 등 선진국보다 높다고 보는게 합리적"이라면서도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마이너스 수준까지 내리면 실효하한이 달라질 수 있고, 우리의 정책 여력도 늘어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국고채 발행에 시장 불안해지면 적극 나설 것"그는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적자국채 발행 등 재정정책을 펴는 데 대해선 '긍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선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총재는 "단기적으로는 국가 채무 비율이 높아지겠지만 위기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한다면 성장 기반이 훼손될 수 있다"며 "긴 시기에서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국고채 발행 증가로 채권시장이 불안정하다면 한은이 적극 나설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장기금리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경우 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적기에 국고채 매입을 실시할 수 있다"며 "다만 아직 구체적인 매입 계획을 언급하는 것은 이르다"고 설명했다.이 총재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실물 경제와 달리 금융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데 대해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적극적인 통화·재정 정책, 주요국의 경제 재개 움직임,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투자심리를 키웠다는 진단이다.

이 총재는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경우에는 시장의 기대감이 조정되고 가격 변수의 변동성도 확대될 수 있다"며 "다만 국내 금융기관의 복원력이 상당히 양호한 점은 긍정적"이라고 했다.

이어 "최근 미국과 중국이 마찰을 빚고 있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며 "이에 환율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를 대비해 시장안정화 조치를 적기에 시행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윤제 금통위원.사진=한경DB.
◆조윤제 위원, 금통위 의결서 제외 '사상 처음'

한편 이날 새 진용을 꾸린 금통위는 출발부터 삐걱대는 모습을 보였다. 새로 임명된 조윤제 금통위원(사진)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 의결 과정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조 위원은 금통위 본회의에는 참석했지만 보유 주식 관련 문제로 스스로 제척(사안과 특수 관계에 있는 사람을 직무 집행에서 배제)을 신청했고 금통위도 이를 받아들였다. 제척 사유가 발생해 금통위원이 회의에 불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위원은 재산공개 대상 공직자의 주식 상한액인 3000만원이 넘는 주식을 가지고 있는 점이 문제가 됐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재상공개 대상자는 본인과 배우자 등 이해관계자가 보유한 주식이 3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기준일부터 1개월 안에 주식을 전부 또는 3000만원 이하로 매각하거나 백지신탁을 하고 등록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이에 조 위원은 인사혁신처 주식백지신탁 심사위원회에 보유 주식에 대한 직무연관성 심사를 청구했고, 그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아 통화정책방향 의결에서 제척됐다. 이 총재는 "조 위원이 주식 보유 시에 지켜야할 법규, 절차 등을 차질없이 이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