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는 인터넷으로 사는데 현대·기아차는 안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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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자동차가 언택트(비대면) 거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온라인 판매 플랫폼 구축에 나선다. 이 플랫폼이 완성되면 상담부터 옵션선택, 결제 등 전 과정을 온라인에서 할 수 있다. 구매를 완료하면 집 앞으로 차량이 배송된다.
단 한국은 제외다. 유럽과 미국, 중국, 인도 등 다른 나라에서만 가능한 얘기다. 한국에서 온라인 자동차 구매가 불가능한 건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노동조합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주요 브랜드들이 하나둘 온라인 판매를 도입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일부 브랜드가 시도하고 있다"며 "현대·기아차도 국내 온라인 판매를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는 車온라인 판매 시동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범유럽 온라인 판매시스템을 개발한다. 하반기 독일과 이탈리아 등에서 시범서비스를 시작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으로 확산되자 언택트(비대면) 판매 경로를 확보하자는 차원에서다. 기아차는 상반기 중 중국 내 온라인 판매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싱가포르와 호주, 홍콩, 인도 등지에서 이미 온라인 판매를 하고 있다. 기아차도 인도와 러시아 등에서 온라인으로 차를 팔고 있다.
다른 글로벌 브랜드들도 온라인 판매 채널을 늘리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25년까지 온라인 판매 비중을 25%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브리타 제에거 벤츠 승용부문 마케팅앤드세일즈 총괄은 "벤츠를 구입하는 일은 책 한 권을 주문하는 것만큼 쉬워야 한다"고 말했다. 볼보는 작년부터 영국 등지에서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홈페이지에서 원하는 모델을 골라 주문하면, 이틀 뒤 차를 배송받는 방식이다. 미국 포드는 중국 최대 상거래업체 알리바바와 온라인 판매 등을 협력하기로 했고, 폭스바겐과 피아트 등 다른 업체들도 온라인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 미국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는 아예 온라인으로만 차를 판다. 홈페이지에서 차를 골라 주문하면 2~4주 내 배송해준다. 컨설팅업체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은 2025년 유럽에서 팔리는 차의 3분의 1이 온라인에서 판매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일부 업체들은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수입차 브랜드인 지프는 지난 3월부터 온라인 구매 채널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전체 계약의 약 10%가 온라인에서 이뤄졌다. BMW는 '샵 온라인'이라는 이름의 온라인 판매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한정판 차량은 샵 온라인에서만 살 수 있다. 재규어랜드로버와 인피니티, 폭스바겐 등도 온라인으로 견적을 내거나 차량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기아차는 언제쯤 온라인으로 살까국내에 공장을 둔 완성차업체 중 일부도 동참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M3 사전계약을 온라인으로 받았다. 당시 사전계약 대수의 약 17%가 온라인으로 이뤄졌다. 최근에는 온라인에서만 구매 신청을 할 수 있는 한정판 모델 'XM3 온라인 스페셜 에디션'도 내놨다.
쌍용자동차는 지난해 12월 준중형 SUV 코란도를 CJ오쇼핑 방송에서 팔았다. 국산차를 홈쇼핑 방송에서 판매한 첫 사례다. 생방송으로 진행된 1시간 동안 1200여 건의 구매 상담 신청이 접수됐다고 한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아직까지 국내에서 차량을 온라인으로 팔 계획이 없다. 비대면 판매가 늘어나는 추세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아직 온라인 판매가 이르다고 판단한 것도 아니다. 온라인 판매가 늘어나면 전시장을 더 만들지 않아도 되고, 그 만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영업사원에게 돌아가는 마진이 없어 소비자가 구매하는 가격도 내려간다. 자동차를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문화가 정착되면 5% 이상 차를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분석도 많다. 문제는 노조의 반발이다. 이들은 온라인이나 홈쇼핑으로 차를 살 수 있게 되면 자신들의 판매 실적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판매노조는 수시로 자동차의 온라인 및 홈쇼핑 판매를 저지해야 한다고 각 지점 조합원을 독려하고 있다. 온라인 판매를 시도했다가 판매노조가 파업이라도 벌이면 감당하기 힘들다는 판단이다. 회사 관계자는 "언젠가는 온라인 판매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도 "노조 반발을 고려해 아직 시도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노조 반발만 때문에 현대·기아차가 시대 흐름에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글로벌 업체들이 모두 온라인 판매를 준비하고 있는데, 현대차와 기아차가 이런 분위기를 따라가지 못하면 자칫 국내외 시장 일부를 내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단 한국은 제외다. 유럽과 미국, 중국, 인도 등 다른 나라에서만 가능한 얘기다. 한국에서 온라인 자동차 구매가 불가능한 건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노동조합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주요 브랜드들이 하나둘 온라인 판매를 도입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일부 브랜드가 시도하고 있다"며 "현대·기아차도 국내 온라인 판매를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는 車온라인 판매 시동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범유럽 온라인 판매시스템을 개발한다. 하반기 독일과 이탈리아 등에서 시범서비스를 시작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으로 확산되자 언택트(비대면) 판매 경로를 확보하자는 차원에서다. 기아차는 상반기 중 중국 내 온라인 판매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싱가포르와 호주, 홍콩, 인도 등지에서 이미 온라인 판매를 하고 있다. 기아차도 인도와 러시아 등에서 온라인으로 차를 팔고 있다.
다른 글로벌 브랜드들도 온라인 판매 채널을 늘리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25년까지 온라인 판매 비중을 25%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브리타 제에거 벤츠 승용부문 마케팅앤드세일즈 총괄은 "벤츠를 구입하는 일은 책 한 권을 주문하는 것만큼 쉬워야 한다"고 말했다. 볼보는 작년부터 영국 등지에서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홈페이지에서 원하는 모델을 골라 주문하면, 이틀 뒤 차를 배송받는 방식이다. 미국 포드는 중국 최대 상거래업체 알리바바와 온라인 판매 등을 협력하기로 했고, 폭스바겐과 피아트 등 다른 업체들도 온라인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 미국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는 아예 온라인으로만 차를 판다. 홈페이지에서 차를 골라 주문하면 2~4주 내 배송해준다. 컨설팅업체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은 2025년 유럽에서 팔리는 차의 3분의 1이 온라인에서 판매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일부 업체들은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수입차 브랜드인 지프는 지난 3월부터 온라인 구매 채널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전체 계약의 약 10%가 온라인에서 이뤄졌다. BMW는 '샵 온라인'이라는 이름의 온라인 판매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한정판 차량은 샵 온라인에서만 살 수 있다. 재규어랜드로버와 인피니티, 폭스바겐 등도 온라인으로 견적을 내거나 차량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기아차는 언제쯤 온라인으로 살까국내에 공장을 둔 완성차업체 중 일부도 동참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M3 사전계약을 온라인으로 받았다. 당시 사전계약 대수의 약 17%가 온라인으로 이뤄졌다. 최근에는 온라인에서만 구매 신청을 할 수 있는 한정판 모델 'XM3 온라인 스페셜 에디션'도 내놨다.
쌍용자동차는 지난해 12월 준중형 SUV 코란도를 CJ오쇼핑 방송에서 팔았다. 국산차를 홈쇼핑 방송에서 판매한 첫 사례다. 생방송으로 진행된 1시간 동안 1200여 건의 구매 상담 신청이 접수됐다고 한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아직까지 국내에서 차량을 온라인으로 팔 계획이 없다. 비대면 판매가 늘어나는 추세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아직 온라인 판매가 이르다고 판단한 것도 아니다. 온라인 판매가 늘어나면 전시장을 더 만들지 않아도 되고, 그 만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영업사원에게 돌아가는 마진이 없어 소비자가 구매하는 가격도 내려간다. 자동차를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문화가 정착되면 5% 이상 차를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분석도 많다. 문제는 노조의 반발이다. 이들은 온라인이나 홈쇼핑으로 차를 살 수 있게 되면 자신들의 판매 실적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판매노조는 수시로 자동차의 온라인 및 홈쇼핑 판매를 저지해야 한다고 각 지점 조합원을 독려하고 있다. 온라인 판매를 시도했다가 판매노조가 파업이라도 벌이면 감당하기 힘들다는 판단이다. 회사 관계자는 "언젠가는 온라인 판매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도 "노조 반발을 고려해 아직 시도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노조 반발만 때문에 현대·기아차가 시대 흐름에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글로벌 업체들이 모두 온라인 판매를 준비하고 있는데, 현대차와 기아차가 이런 분위기를 따라가지 못하면 자칫 국내외 시장 일부를 내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