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 모임서 '일산화탄소' 날벼락…소방관 2명 숨져(종합2보)

비번일 동료 부모님 집 찾은 소방관 8명…별채서 잔 2명 '비명횡사'
일산화탄소 중독에 무게…동료들 "엘리트 119대원이었는데" 비통
28일 강원 춘천시 북산면 추전리 한 주택 별채(간이 황토방)에서 소방관 2명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추정되는 사고로 인해 숨진 채 발견됐다. 친목 도모를 위해 동료 직원의 부모님 집을 찾은 이들을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일산화탄소(CO)가 덮치면서 하룻밤 사이에 베테랑 구조대원 2명이 동료들 곁을 떠났다.

이들을 가까이서 지켜본 동료들은 "묵묵히 일 열심히 하는 엘리트 구조대원이었다"고 떠올리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경찰은 두 사람이 잠을 청한 황토방에 화목보일러에서 일산화탄소가 유입되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관계 기관과 함께 사고 원인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 친목 모임 떠난 소방관 8명…황토방에서 잔 2명 '비명횡사'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22분께 추전리 한 주택에서 홍천소방서 소속 A(41) 소방위와 B(44) 소방장이 숨진 것을 동료들이 발견해 신고했다.

두 사람을 비롯한 홍천소방서 소속 구조대원 4명과 행정과 소속 1명, 119안전센터 소속 3명 등 8명은 비번일을 이용, 전날 오후 2시께 친목 도모를 위해 동료 직원의 부모님 집을 찾았다.

자정이 돼서야 잠을 청한 이들 중 A 소방위와 B 소방장은 주택 옆에 임시 건물 형태로 지어 놓은 2평 남짓한 간이 황토방을 취침 장소로 정했고, 나머지 6명은 주택에서 잤다. 그렇게 날이 지나고 오전 8시 22분께 아침 식사를 알리기 위해 찾은 황토방에서 두 사람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주택에서 잔 나머지 6명은 건강에 전혀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화목보일러에서 주변에서 가스 냄새가 났고, 사망한 소방관 시신의 피부 반점에서 일산화탄소 중독 때 나타나는 선홍색이 보였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2평(6.6㎡)가량의 별채는 온돌 바닥으로 벽은 황토와 조립식 패널로 지어졌다.

화목보일러가 방을 데우는 구조로, 보일러에서 유입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추정된다.

현장에서 연통을 살펴봤을 때 'ㄱ'자로 꺾인 부분이 알루미늄 테이프로 감겨 있었고, 곳곳에 녹이 슨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경찰은 두 사람이 화목보일러에서 유입된 일산화탄소(CO)에 중독돼 숨진 것으로 보고, 관계 기관과 사고 현장을 정밀 감식하고 있다.


◇ 구조 베테랑이자 든든한 고참…동료들 "안타까워" 비통
두 사람을 생전에 가까이서 지켜봤던 동료들은 한마디로 '엘리트 구조대원'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구조대원 생활을 오래 해 구조업무에 잔뼈가 굵고, 묵묵히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믿음직한 고참이었다고 동료들은 기억했다.

원주가 고향인 공통점을 가진 두 사람은 더 가깝게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A 소방위는 2005년 11월 임용돼 원주, 횡성, 영월, 삼척 등에서 근무했다.

2011년에는 소방의 날 도지사 유공 표창을, 2015년 연말에는 화재 안전 유공으로 도지사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인명구조사 자격증, 소형선박 조종면허, 동력수상레저기구 조종면허 2급을 따는 등 자기계발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B 소방장은 2009년 12월 구조대원 특채로 소방에 입문해 원주와 홍천에서 구조 임무를 성실히 수행했다.

그 역시 2015년 연말 A 소방위와 함께 화재 안전 유공을 인정받아 도지사 표창을 받았다.

B 소방장은 지난해 11월 독도 소방헬기 추락사고 현장에서 수중 수색 임무를 수행하는 등 수난 구조에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두 사람의 상사로 근무한 적이 있는 한 소방 관계자는 "둘 다 구조대에서 오래도록 열심히 했는데 이런 사고가 나서 정말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게다가 A 소방위는 부부 소방관인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 '침묵의 살인자' 일산화탄소 사고 잇따라…"조심 또 조심"
화목 보일러 등으로 인한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 2월 24일 오전 7시께 영월군 북면 문곡리의 한 농막 가건물에서 화로를 켜놓고 자던 부부가 일산화탄소로 추정되는 가스에 중독됐다.

이 사고로 50대 아내가 숨지고 남편은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지난해 1월 12일 오후 11시 20분께 경북 의성군 사곡면에 있는 개인 황토방에서 주인 40대 부부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추정되는 사고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당시 땔감인 참나무 연소에 따른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이번에 소방관 2명이 숨진 주택의 별채(간이 황토방)에서도 참나무를 땐 것으로 알려졌다.

일산화탄소는 산소가 부족한 상태로 연료가 연소할 때 불완전 연소로 발생한다.

이른바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일산화탄소는 무색·무취로 사람이 인지할 수 없어 매우 치명적이다.

폐로 들어가면 혈액에 있는 헤모글로빈(혈액소)과 급격히 반응하면서 산소의 순환을 방해한다.

일산화탄소 흡입으로 체내 산소공급이 부족해지면 뇌와 척추가 영향을 받아 두통과 현기증, 구토 증세를 보일 수 있고 많이 흡입하면 중추신경계가 마비돼 의식을 잃거나 결국 사망한다. 전문가들은 "캠핑 등 야외 활동이 늘고, 전원주택이나 농막에서 연료비 절감을 위해 화목보일러 사용이 늘면서 취급 부주의에 따란 가스 중독 등 안전사고가 잇따르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