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찍고 광명…밤마다 '온라인 임장' 다니는 청약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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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도 '언택트 바람'직장인 김정대 씨(35)는 요즈음 퇴근 후 유튜브로 사이버 모델하우스를 구경하는 재미에 빠졌다. 아파트 청약에 관심이 많아 주말이면 직접 모델하우스를 가보곤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현장 방문이 어려워지자 온라인 집보기로 방향을 틀었다. 그는 “예전에는 분양 단지 정보를 얻으려면 모델하우스 방문이 필수였지만 이제 집에서 편하게 다양한 평면을 비교할 수 있게 됐다”며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것처럼 잘 꾸며놓은 새집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현장 방문 어려워지자
건설사 '사이버 모델하우스' 도입
바쁜 3040 직장인들에게 인기
재건축 조합총회는 유튜브 중계
불문율 '대면 거래' 문화도 흔들려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언택트(비대면) 바람이 일고 있는 것은 분양 시장만이 아니다.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조합들은 유튜브에서 조합원 총회나 사업 설명회를 생중계하기 시작했다. 대면 방식이 불문율이던 부동산 매매 및 임대 거래에도 전자계약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업계 표준 된 사이버 모델하우스
사이버 모델하우스는 이미 분양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이달 청약을 받은 GS건설의 ‘DMC리버포레자이’ ‘DMC리버파크자이’, 대우건설의 ‘광명 푸르지오 센트베르’, 롯데건설의 ‘의정부 롯데캐슬 골드포레’ 등이 사이버 모델하우스만 일반에 공개했다. 실물 모델하우스에 비해 정보가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은 원격 상담 서비스 도입으로 보완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이달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AI) 기반 분양정보 문의 챗봇(채팅 로봇)을 선보였다.
유튜브를 통해 모델하우스를 라이브 투어하는 사례도 나왔다. GS건설이 지난 2월 업계 최초로 유튜브 생중계로 모델하우스를 소개한 이후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달 초 ‘우장산숲 아이파크’ 사이버 모델하우스 개관일에 맞춰 유튜브 생중계 안내 방송을 진행했다. 신영이 이달 분양한 ‘울산 지웰시티 자이’는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한 ‘VR모델하우스’를 선보였다. 분양마케팅회사 씨엘케이 장영호 대표는 “코로나19가 끝나더라도 사이버 모델하우스가 표준이 될 것”이라며 “건설사와 소비자 모두 편리함을 경험한 이상 과거로 되돌아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사이버 모델하우스가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실물 모델하우스는 ‘귀한 몸’이 됐다. 건설사 관계자는 “실물 모델하우스를 운영하는 경우에는 청약 당첨자에게만 공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합 총회부터 계약까지 ‘언택트’
재개발·재건축 조합들은 사업 설명회와 총회를 유튜브 생중계로 대체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민감한 사안을 많이 포함해 현장에서 이해 당사자들의 이견을 조율하는 일이 중요하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많은 사람이 한자리에 모이기 어려워지자 이마저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졌다.지난 19일 서울 반포동 엘루체컨벤션에서 열린 반포1단지3주택지구(반포3주구) 시공사 합동설명회에는 반포3주구 조합원 200여 명만 참석했다. 등록 조합원 수가 1416명인 걸 감안할 때 나머지는 대부분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설명회를 시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국내 최초로 ‘드라이브스루 총회’를 연 개포주공1단지 조합도 유튜브로 진행 상황을 생중계했다.
부동산 계약을 온라인으로 처리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부동산거래 전자계약시스템은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 2월 처음으로 이용 건수가 1만 건을 넘었다. 지난달에는 코로나19 사태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전자계약이 9122건이나 체결됐다.
부동산 스타트업인 다방은 오는 7월 민간 기업 최초로 원룸과 오피스텔 전·월세 계약을 모바일에서 체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국토부 전자계약시스템보다 더 편리한 서비스로 시장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계약 체결 후 앱에서 보증금 및 월세도 바로 결제할 수 있다.다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언택트 서비스가 부동산 시장을 빠르게 파고들면서 나타나는 부작용도 만만찮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전자계약으로 부동산을 거래하는 관행이 확산하면 공인중개사 업계에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며 “소비자는 수억원대 집을 직접 보지 못한 채 계약해야 하는 부담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