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이어 '양적완화' 꺼내든 한은…올 10조 이상 국채매입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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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기준금리 0.25%P 인하…'제로금리' 눈앞한국은행이 28일 기준금리를 연 0.5%로 인하하면서 한국도 제로(0)금리에 바짝 다가섰다.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이도 0.5%포인트에 불과하다. 시장에선 앞으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여력은 없거나 있어도 0.25%포인트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한은의 통화정책은 양적완화로 바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 역시 본격적인 양적완화에 들어갈 수 있다고 시사했다. 이 총재는 “국고채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했다. 채권시장에선 한은이 올해 10조원 이상의 국채를 사들일 수 있다고 관측했다.
低물가 등 'D의 공포' 우려 커지자 기준금리 두달 만에 인하
추경發 대규모 국채 발행 불가피…시장금리 변동성 예의주시
금리인하 카드 쓸 때까지 쓴 한은 "필요시 국고채 적극 매입"
커지는 ‘D의 공포’한은은 이날 금리를 내리면서 ‘저성장·저물가’에 대한 위기감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통화정책방향 발표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성장 전망 경로의 불활실성도 매우 높다”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 유가 하락과 수요 압력이 약화되면서 0%대 초반을 나타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 같은 우려를 담아 올해 성장률을 외환위기 때인 1998년 후 최저치인 -0.2%,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사상 최저인 0.3%로 제시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물론 앞으로 1년 동안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나타내는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이달 1.6%(전월 대비 기준)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2년 2월 후 가장 낮았다. 상당수 물가 지표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자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하락)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잠재성장률은 빠르게 떨어지고 있으며 디플레이션 압력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세계가 제로금리로 향하고 있는 것도 한은 금리 인하의 배경이 됐다. 미국과 유로존은 이미 제로금리를 택했다. 이 같은 기축통화국 이외에도 태국(연 0.50%) 호주(연 0.25%) 뉴질랜드(연 0.25%) 이스라엘(연 0.25%) 등도 제로금리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금리를 낮췄다.
금리 인하보다 국채 매입 무게
이 총재는 “이번 인하로 기준금리가 실효하한 수준에 가까워졌다”며 “실효하한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보다 한국이 더 높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실효하한은 자본유출이나 유동성함정 우려가 없는 금리 수준의 하단을 뜻한다. 이 총재의 발언은 한국이 미국처럼 제로금리를 택하긴 현실적으로 어렵고 현재의 연 0.50%를 유지하거나 연 0.25%로 한 차례 내리는 것이 사실상 마지막이란 의미라고 한은 관계자는 설명했다.한은은 이 때문에 통화정책의 방향을 양적완화로 틀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국채 발행을 늘려야 한다는 것도 양적완화 확대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에 국채가 대거 풀리면 시장금리는 상승(채권가격은 하락)할 수 있고 이 경우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효과는 사라지게 된다. 시장은 한은의 국채 매입 시점에 관심을 두고 있다. 김상훈 KB증권 수석연구위원은 “3차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인 오는 7월 한은이 국채 매입을 발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얼마나 사들일지도 관심사다. 한은은 지난 3월 20일과 지난달 10일 각각 국채 1조5000억원어치를 매입했다. 현재 보유 중인 국채는 18조5000억원 정도다. 3월 말 국채 발행잔액(645조9280억원)의 2.8%에 그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은은 전체 국채 발행잔액의 4.7% 안팎을 인수했다. 한은이 국채 보유 규모를 발행잔액의 5%(약 32조3000억원) 수준까지 늘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단순계산으로 한은이 앞으로 13조8000억원어치의 국채를 더 매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 기대치와 적자국채 등을 고려하면 한은이 국채를 15조원어치까지 매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총재는 국채가 시중에 풀리기 전 매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발행시장에서 사들일 경우 중앙은행 돈으로 정부 부채를 갚는 이른바 ‘정부부채의 화폐화’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서다. 정부 재정 신뢰도 추락과 통화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이 총재는 “모든 정책수단을 테이블에 올려 놓고 꺼내들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