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홍걸이 집안 뒤통수 쳐…노벨상 상금까지 털어갔다"

손 흔드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 . 사진=연합뉴스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 이희호 여사 부부가 남겨놓은 유산을 놓고 2남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과 3남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분쟁을 벌이고 있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홍업 이사장은 29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집안 망신이라 조용히 처리하려고 했는데 김 당선인이 법의 맹점을 이용해 재산을 강취했다"면서 "이에 대한 해명도 제대로 하지 않아 언론에 알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에 따르면 김 당선인은 동교동 사저(32억5000만원)와 이희호 여사가 김 전 대통령 서거 후 하나은행에 예치해놓았던 노벨평화상 상금 8억원을 일방적으로 가져갔다.

김 이사장은 "(재산을 가져가기 전)김 당선인이 어떤 언질도 없었다"면서 "뒤늦게 관련 사실을 알고 항의했지만 (김 당선인 측에서)아무런 반응도 없었다"고 했다.

김 이사장에 따르면 이 여사는 유언장에서 "동교동 사저를 '대통령 사저 기념관'(가칭)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노벨평화상 상금은 대통령 기념사업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하라"고 했다.만약 동교동 사저를 지방자치단체 및 후원자가 매입해 기념관으로 사용할 경우 보상금 3분의 1(9분의 3)은 김대중기념사업회에, 나머지 3분의 2(9분의 6)는 삼형제에게 균등하게 상속하라고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2남 김홍업(우)과 3남 김홍걸(좌) /한경DB
김 이사장은 "우리는 재산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냥 유언대로 사용하자는 것이다"라며 "최근 서울시와 동교동 사저 매입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김 당선인 때문에 논의가 중단되었다. 설사 서울시가 사저를 매입한다고 해도 저에게 돌아올 몫은 크지 않다. 그 돈 때문에 내가 욕심을 내겠느냐"고 했다.

이어 "유언장 내용에 (김 당선인을 포함한)3형제가 모여 합의를 했다"면서 "변호사 공증같은 것은 안했다. (김 당선인이)이렇게 뒤통수를 때릴지 몰랐다. 김 당선인이 당시에는 합의에 다 동의해놓고 법의 맹점을 이용해 유언을 어기고 유산을 강취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이사장은 "동교동 사저를 유언대로 김대중기념사업회가 관리하도록 해달라고 가처분 소송을 냈더니 김 당선인 측에서 (김대중기념사업회)이사장인 권노갑 고문이 나이가 많아서 제대로 판단을 할 수 없다는 식으로 답변서를 냈더라. 그 답변서를 보고 권노갑 고문이 충격을 받았다. 김 당선인이 거짓말과 궤변만 늘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언장 내용과 달리 김 당선인이 일방적으로 유산을 가지고 갈 수 있었던 것은 김 당선인이 이 여사의 유일한 법정상속인이기 때문이다. 민법에 따르면 부친이 사망할 경우 전처의 출생자와 계모 사이의 친족관계는 소멸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삼형제 중 첫째 김홍일 전 의원과 둘째 김홍업 이사장은 김 전 대통령과 첫째 부인 차용애 여사와의 사이에서 난 자식이다. 김 전 대통령은 차 여사가 1960년 사망한 후 이 여사와 결혼해 3남 김홍걸 의원을 낳았다. 이 민법 규정에 따르면 김 전 대통령 사망 후 이 여사와 김홍일·김홍업 사이의 상속관계는 끊어진다.김 이사장은 특히 김 당선인이 노벨평화상 상금을 가져간 것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김 이사장은 "노벨상 상금 11억원 중 3억원은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 기증했고, 나머지 8억원은 해마다 12월에 이자를 받아 불우이웃 돕기와 국외 민주화운동 지원에 써왔다"면서 "이런 돈까지 가져가니 너무하다. (김 당선인 재산공개에 노벨상 상금이 없는 것에 대해서는)아무도 행방을 모른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김 당선인이 유산을 원래대로 돌려놓지 않으면 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 "외부에 형제간 재산다툼으로 보여져 안타깝다"고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