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민생지원' 1호 법안으로 꺼낸 통합당
입력
수정
지면A6
소상공인 지원·병원 손실 보전미래통합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탈출을 위한 민생 패키지법을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추진한다. 대학등록금 문제 등 실용적인 지원책을 제안해 ‘일하는 국회법’을 1호 법안으로 밀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차별화한다는 구상이다. 당 내부에서 ‘코로나 패키지법’의 상당수가 이미 민주당이 언급한 적이 있는 내용이라 통합당만의 ‘색’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 보수진영 내 화두로 떠오른 기본소득과 관련해서도 부작용을 고려한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대학생 학비지원 등 '패키지 법안'
金비대위 '중도 확장' 발맞춰
민생·실용정당 이미지 구축
‘민생 카드’ 던졌지만…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29일 당선자 총회에서 “코로나19 이후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한 여러 법안을 모아 1호 법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위기 탈출을 위한 민생지원 패키지법’엔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지원 △의료기관 손실 보전 △정상적인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대학생과 대학원생 학비 지원 △취약계층 식사 지원 방안 등이 포함된다. 자녀 휴교로 인한 직장인 유급휴가 지원책도 법안에 담긴다. 통합당 정책위원회는 이 같은 패키지법 내용을 이날 총회에 참석한 의원들을 대상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의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제기되면서 내용을 보완하기로 했다. 한 의원은 “새로운 게 없고 여당이 운을 띄웠던 것을 묶어놓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재정을 풀어 코로나 위기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정부 논리인데 차별화 지점이 없다”고 발언했다. 규제완화와 경기활성화법 등 통합당의 색을 반영한 법안을 1호로 내밀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법안 내용을 미리 의원들과 공유하지 않고 ‘통보’ 식으로 알린 것에 대한 불만도 쏟아졌다.
보수式 복지담론 나올까통합당이 코로나 패키지법을 1호로 추진한 배경엔 민생정당, 실용정당의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새롭게 출범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가 중도·개혁 노선으로의 정책 전환을 밝히면서 청년 기본소득 등 복지 제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통합당 비례대표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는 한 실업대란은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경제민주화’를 태동시킨 김 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포스트 코로나 경제 위기의 파고를 국민과 함께 헤쳐나가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통합당 3040 조직위원장 모임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복지포퓰리즘 공격에 머무는 수준을 뛰어넘어 사회불평등과 양극화 완화를 위한 보수의 복지 담론을 형성해야 한다”며 “보수만의 경제·노동·복지정책 리모델링에 나서자”고 했다.
“좌파 2중대 흉내” 비판도일각에선 통합당이 급하게 정책 전환을 추진하다가 그동안 시장경제와 재정건전성을 강조해온 정체성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는 “압축 성장기에 있었던 보수 진영의 과(過)만 들춰내는 게 역사가 아니다. 공(功)도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며 “좌파 2중대 흉내내기를 개혁으로 포장해서는 좌파 정당의 위성정당이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당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기본소득제 추진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도 제기됐다. 최한수 경북대 교수는 이날 유의동·오신환 통합당 의원이 주최한 ‘기본소득, 대안인가 재앙인가’ 토론회에서 “증세 없이 기본소득을 도입하면 위너는 30~50대가 되고, 저소득층의 혜택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며 “생애주기별, 고용 형태별로 어느 쪽에 관심을 두고 복지제도를 운용할 것인지, (보수 진영이) 예산 확대에 반대하니 기존 복지 중에 어떤 것을 축소하고 어떤 것을 기본소득에 포함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