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지역표시 뺀 주민번호로 '간첩 신분세탁' 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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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주민번호상 지역표시 숫자 폐지 앞두고 억측 제기
특별한 사유 없는 사람은 임의로 번호 바꿀 수 없어
탈북민 추정 가능한 주민번호부여 시스템 이미 10년전 폐지 올해 10월부터 주민등록번호를 새로 부여받거나 변경을 하는 경우 번호 뒷자리가 특정 지역을 의미하는 숫자 없이 전부 임의의 숫자로 구성되는데 이에 대해 '신분세탁이 쉬워짐으로써 방첩 태세에 문제가 생긴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왔다. 현재의 주민등록번호(이하 주민번호) 13자리 가운데 앞부분 6자리는 생년월일, 뒷부분 7자리는 성별·지역번호·신고 순서 일련번호·검증번호로 구성돼 있다.
10월부터는 주민번호를 새로 부여받거나 변경하는 경우 뒷자리 숫자 7개 가운데 성별을 표시하는 첫 번째를 제외하고 나머지 6개를 임의의 숫자로 채우게 된다.
그동안 주민번호를 통해 출신지를 특정할 수 있게 되는데 따르는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과 차별 논란을 불식하는 것이 이번 개정의 기대 효과다. 그런데 이를 두고 SNS상에는 "간첩의 신분세탁을 더욱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주민등록증을 바꾼다"는 주장이 유포됐다.
글의 유포자는 "좌파 대통령이(으로) 바뀔 때마다 아예 북한출신 남파간첩이나 고정간첩들이 대한민국에서 마음대로 활동을 하기 용이하게 만들어 주는구나"라고 주장했다.
주민번호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사실 방첩 문제와 깊은 관련이 있다. 주민번호는 1968년 9월 16일 개정·시행된 '주민등록법 시행령'에서 처음 규정됐는데, 당시 시행령은 주민번호 도입 이유를 간첩이나 불순분자의 색출, 병역기피자의 징병관리 등으로 설명했다.
1970년 2월 1일 시행된 개정 주민등록법도 "치안상 필요한 특별한 경우에는 신원이나 거주관계를 확인하기 위하여 주민등록증을 제시하도록 함으로써 간첩이나 불순분자를 용이하게 식별·색출하여 반공태세를 강화하고 행정상 주민등록증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렇다면 다가올 주민번호 제도 개편이 신분세탁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방첩에 어려움을 초래하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기우일 공산이 크다. 우선 10월 주민번호 개편으로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기존 번호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출생, 국적취득으로 새롭게 번호를 받는 경우와 주민번호 유출로 생명, 재산 등의 피해를 입었거나 위해를 입을 수 있는 경우에 새 번호 부여 시스템의 적용을 받는다.
즉, 현행 주민번호 보유자는 변경을 원할 경우 주민번호 변경위원회에서 그 사유의 타당성을 인정받아야만 새 주민번호 체계에 따른 신규 번호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10월 이후 누구나 주민번호 변경을 통해 신원 추적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이다.
또 북한 대남 공작원의 신분세탁은 주로 사망자, 행불자의 주민번호를 도용하는 경우와 탈북민으로 위장하는 사례가 거론되는데, 모두 10월 번호체계 개편으로 현재보다 더 용이해진다고 보긴 무리가 있다.
우선 대남 공작원이 만약 남한 태생 국민 중 사망한 사람이나, 행방불명된 사람 번호를 이미 도용해서 쓰고 있다면 이번 번호체계 변경의 영향이 특별히 없다.
또 '앞으로 국내로 들어오는 탈북민의 경우 탈북민 여부를 주민번호로 구분할 수 없게 되므로 탈북민으로 위장하는 대남 공작원을 가려내기 어렵게 된다'는 식의 주장도 근거가 없다.
과거 주민번호를 통해 탈북민이라는 사실을 추정할 수 있는데 따른 문제 제기가 계속된 결과 제도개선이 이뤄지면서 이미 10년전부터 정부는 탈북민임을 추정케 하는 주민번호상의 특정 숫자 부여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까지만 해도 북한에서 탈출해 하나원(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을 거쳐온 탈북민들은 모두 주민등록번호 뒷자리의 '지역 번호'가 같았다.
주민번호를 부여할 때 하나원 소재지를 기준으로 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특정 지역번호가 주민번호에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비자 발급에 어려움을 겪거나 차별을 당하는 일이 문제가 되자 국회는 2009년 탈북민의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을 개정했다.
당시 주민등록 총괄을 맡았던 행정안전부 관계자에 따르면 9천여명의 탈북민에게 주민번호 변경 신청을 받아 7천700여명이 번호를 변경했다.
또 이때 번호를 바꾸지 못한 탈북민도 정착지원시설 소재지를 기준으로 주민번호를 받았다면 1회에 한해 주민번호를 바꿀 수 있게끔 했다.
그리고 2010년 이후에는 탈북민 주민등록번호에 하나원 소재지 기준 '지역번호'가 포함되지 않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매년 말 22개 읍면동 사무소를 지정해주고, 탈북민들은 사회 진출 전 이 22개 읍면동 사무소 중 무작위로 선정된 지역의 번호가 들어간 주민번호를 부여받았다.
즉, 다수의 탈북민은 이미 주민번호 변경을 마쳤으며 2010년 이후 주민번호를 부여받는 탈북민은 애초부터 주민번호로 탈북자 출신임을 추측할 수 없다.
이미 개선된 제도가 시행중이기 때문에 10월 주민등록번호 개편으로 북한의 남파 간첩이 정상적인 탈북민으로 위장하기가 더 쉬워지거나 하지는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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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사유 없는 사람은 임의로 번호 바꿀 수 없어
탈북민 추정 가능한 주민번호부여 시스템 이미 10년전 폐지 올해 10월부터 주민등록번호를 새로 부여받거나 변경을 하는 경우 번호 뒷자리가 특정 지역을 의미하는 숫자 없이 전부 임의의 숫자로 구성되는데 이에 대해 '신분세탁이 쉬워짐으로써 방첩 태세에 문제가 생긴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왔다. 현재의 주민등록번호(이하 주민번호) 13자리 가운데 앞부분 6자리는 생년월일, 뒷부분 7자리는 성별·지역번호·신고 순서 일련번호·검증번호로 구성돼 있다.
10월부터는 주민번호를 새로 부여받거나 변경하는 경우 뒷자리 숫자 7개 가운데 성별을 표시하는 첫 번째를 제외하고 나머지 6개를 임의의 숫자로 채우게 된다.
그동안 주민번호를 통해 출신지를 특정할 수 있게 되는데 따르는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과 차별 논란을 불식하는 것이 이번 개정의 기대 효과다. 그런데 이를 두고 SNS상에는 "간첩의 신분세탁을 더욱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주민등록증을 바꾼다"는 주장이 유포됐다.
글의 유포자는 "좌파 대통령이(으로) 바뀔 때마다 아예 북한출신 남파간첩이나 고정간첩들이 대한민국에서 마음대로 활동을 하기 용이하게 만들어 주는구나"라고 주장했다.
주민번호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사실 방첩 문제와 깊은 관련이 있다. 주민번호는 1968년 9월 16일 개정·시행된 '주민등록법 시행령'에서 처음 규정됐는데, 당시 시행령은 주민번호 도입 이유를 간첩이나 불순분자의 색출, 병역기피자의 징병관리 등으로 설명했다.
1970년 2월 1일 시행된 개정 주민등록법도 "치안상 필요한 특별한 경우에는 신원이나 거주관계를 확인하기 위하여 주민등록증을 제시하도록 함으로써 간첩이나 불순분자를 용이하게 식별·색출하여 반공태세를 강화하고 행정상 주민등록증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렇다면 다가올 주민번호 제도 개편이 신분세탁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방첩에 어려움을 초래하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기우일 공산이 크다. 우선 10월 주민번호 개편으로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기존 번호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출생, 국적취득으로 새롭게 번호를 받는 경우와 주민번호 유출로 생명, 재산 등의 피해를 입었거나 위해를 입을 수 있는 경우에 새 번호 부여 시스템의 적용을 받는다.
즉, 현행 주민번호 보유자는 변경을 원할 경우 주민번호 변경위원회에서 그 사유의 타당성을 인정받아야만 새 주민번호 체계에 따른 신규 번호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10월 이후 누구나 주민번호 변경을 통해 신원 추적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이다.
또 북한 대남 공작원의 신분세탁은 주로 사망자, 행불자의 주민번호를 도용하는 경우와 탈북민으로 위장하는 사례가 거론되는데, 모두 10월 번호체계 개편으로 현재보다 더 용이해진다고 보긴 무리가 있다.
우선 대남 공작원이 만약 남한 태생 국민 중 사망한 사람이나, 행방불명된 사람 번호를 이미 도용해서 쓰고 있다면 이번 번호체계 변경의 영향이 특별히 없다.
또 '앞으로 국내로 들어오는 탈북민의 경우 탈북민 여부를 주민번호로 구분할 수 없게 되므로 탈북민으로 위장하는 대남 공작원을 가려내기 어렵게 된다'는 식의 주장도 근거가 없다.
과거 주민번호를 통해 탈북민이라는 사실을 추정할 수 있는데 따른 문제 제기가 계속된 결과 제도개선이 이뤄지면서 이미 10년전부터 정부는 탈북민임을 추정케 하는 주민번호상의 특정 숫자 부여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까지만 해도 북한에서 탈출해 하나원(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을 거쳐온 탈북민들은 모두 주민등록번호 뒷자리의 '지역 번호'가 같았다.
주민번호를 부여할 때 하나원 소재지를 기준으로 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특정 지역번호가 주민번호에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비자 발급에 어려움을 겪거나 차별을 당하는 일이 문제가 되자 국회는 2009년 탈북민의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을 개정했다.
당시 주민등록 총괄을 맡았던 행정안전부 관계자에 따르면 9천여명의 탈북민에게 주민번호 변경 신청을 받아 7천700여명이 번호를 변경했다.
또 이때 번호를 바꾸지 못한 탈북민도 정착지원시설 소재지를 기준으로 주민번호를 받았다면 1회에 한해 주민번호를 바꿀 수 있게끔 했다.
그리고 2010년 이후에는 탈북민 주민등록번호에 하나원 소재지 기준 '지역번호'가 포함되지 않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매년 말 22개 읍면동 사무소를 지정해주고, 탈북민들은 사회 진출 전 이 22개 읍면동 사무소 중 무작위로 선정된 지역의 번호가 들어간 주민번호를 부여받았다.
즉, 다수의 탈북민은 이미 주민번호 변경을 마쳤으며 2010년 이후 주민번호를 부여받는 탈북민은 애초부터 주민번호로 탈북자 출신임을 추측할 수 없다.
이미 개선된 제도가 시행중이기 때문에 10월 주민등록번호 개편으로 북한의 남파 간첩이 정상적인 탈북민으로 위장하기가 더 쉬워지거나 하지는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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