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수하 "렌트의 '미미'는 꿈에 그리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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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렌트'서 여주인공 미미 역
푸치니의 '라 보엠'은 '라트라비아타' '카르멘'과 함께 세계 공연계에서 가장 많이 상연되는 오페라다. 우리나라에서도 '라 보엠'은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단골로 무대에 오른다.
다음 달 13일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렌트'는 오페라의 스테디셀러인 '라 보엠'을 뼈대로 한 작품이다.
'라 보엠'이 19세기 파리 뒷골목에 사는 가난한 예술가들의 사랑을 그린 오페라라면, '렌트'는 20세기 뉴욕 이스트빌리지에 모여 사는 예술가들의 꿈과 열정, 사랑을 그린 뮤지컬이다. 요절한 극작·작곡가 조나단 라슨(1960~1996)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
해외에서 주로 활동하던 뮤지컬 배우 김수하(26)는 두 번째 국내 작품으로 '렌트'를 선택했다.
"'렌트'의 미미는 제가 꿈에 그리던 역할이에요. 고2 때부터 뮤지컬을 공부했는데, 그때부터 이 뮤지컬 동영상을 보면서 좋아했어요.
언젠가 꼭 하고 싶은 두 작품 가운데 하나였는데, 오디션 공고가 나오자마자 바로 지원했죠."
최근 '렌트'의 연습실이 있는 서울 충무아트센터에서 만난 김수하의 말이다.
그는 2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미미 역에 당당히 합격했다. 그가 상상한 미미는 마르고 병약하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연출을 맡은 안드레스 세뇨르 주니어의 주문은 그의 예상과는 달랐다.
"활기차고, 당당한 인물, 그냥 오늘을 즐기면서 살아가는 젊은 여성"이었다.
미미를 구현해 내는 데 있어, 세뇨르 주니어 연출은 배우를 감정적으로 극한까지 몰아붙였다.
"잘하려고 하는 척, 연기하는 척" 하는 배우의 모습을 싫어했다.
마음의 밑바닥에 있는 욕망, 치부, 질투, 두려움 등 원초적인 감정에 집중하라고 주문했다.
"살면서 항상 솔직할 수는 없잖아요.
살아가기 위해선 싫지만 좋은 척 할 수도 있는 거죠. 저도 그렇게 살았고요.
그런데 세뇨르 연출은 그동안 제가 살면서 잘 숨겨왔던 부분, 저의 치부를 끄집어내려고 했어요.
저의 나쁜 면도 가감 없이 표현하라고 주문했죠. 그걸 드러내는 건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어요.
"
미미는 스트립댄서이자, 에이즈를 앓고 있는 여성이다.
가난하고, 병을 앓고 있지만, 미래에 대한 꿈을 잃지 않는 밝은 성격의 소유자다.
김수하도 밝고, 꿈을 향해 멈추지 않는다는 점에서 미미와 비슷한 점이 있다. 김수하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엄마와 뮤지컬을 보고 단박에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집안이 유복한 편은 아니라서 월 100만원에 달하는 뮤지컬 아카데미에 등록하기는 어려웠다.
대신 예술고등학교로 진학했다.
당시에는 "노래방에서 노래를 열심히 부르면 뮤지컬 배우가 되는 줄 알았다"고 회고할 정도로 뮤지컬 배우에 대해 무지했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 대학도 뮤지컬학과(단국대)로 갔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일본으로 '미스 사이공' 오디션을 보러 가 여주인공 킴의 커버(대체 배우)로 뽑혔다.
그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뮤지컬계의 심장 런던 웨스트엔드를 비롯해 영국과 유럽, 일본에서 '미스사이공'을 공연했다.
"영국에 갈 당시 영어를 한마디도 못 했어요.
한 문장을 외우려면 외울 단어가 너무 많았어요.
선생님과 둘이 런던에서 같이 살면서 밤늦게까지 공부했어요.
원래 공부를 좋아하진 않았지만, 꼭 해야만 했어요.
다음날 앙상블과 킴 커버 역할을 하고, 다시 돌아와 밤늦게까지 공부하면서 버텼어요.
어떻게 하든 무대에 서야 했고, 시간이 부족했어요.
정말 힘들었지만 힘들어할 시간조차 없었어요.
누구에게 하소연할 시간도 없었죠. 어떻게 그 시절을 버텼는지 모르겠네요.
" 꿈같은 시간을 뒤로한 채 그는 지난해 국내로 돌아왔다.
소속사의 권유도 있었지만 오랜 외유에 지쳤던 그는 국내에서 활동하고픈 마음이 컸다고 한다.
첫 작품으로는 창작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을 선택해 주인공 '진'을 맡았다.
그는 진 역할로 지난해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어렸을 때는 정말 하고 싶은 역할이 많았어요.
모두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나이를 한살 두살 먹으면서 좀 더 현실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습니다.
'나는 무엇을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어요.
그래도 '시카고'의 록시 역만은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제가 꿈꿔왔던 두 역할은 미미와 록시거든요. "(웃음) /연합뉴스
푸치니의 '라 보엠'은 '라트라비아타' '카르멘'과 함께 세계 공연계에서 가장 많이 상연되는 오페라다. 우리나라에서도 '라 보엠'은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단골로 무대에 오른다.
다음 달 13일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렌트'는 오페라의 스테디셀러인 '라 보엠'을 뼈대로 한 작품이다.
'라 보엠'이 19세기 파리 뒷골목에 사는 가난한 예술가들의 사랑을 그린 오페라라면, '렌트'는 20세기 뉴욕 이스트빌리지에 모여 사는 예술가들의 꿈과 열정, 사랑을 그린 뮤지컬이다. 요절한 극작·작곡가 조나단 라슨(1960~1996)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
해외에서 주로 활동하던 뮤지컬 배우 김수하(26)는 두 번째 국내 작품으로 '렌트'를 선택했다.
"'렌트'의 미미는 제가 꿈에 그리던 역할이에요. 고2 때부터 뮤지컬을 공부했는데, 그때부터 이 뮤지컬 동영상을 보면서 좋아했어요.
언젠가 꼭 하고 싶은 두 작품 가운데 하나였는데, 오디션 공고가 나오자마자 바로 지원했죠."
최근 '렌트'의 연습실이 있는 서울 충무아트센터에서 만난 김수하의 말이다.
그는 2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미미 역에 당당히 합격했다. 그가 상상한 미미는 마르고 병약하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연출을 맡은 안드레스 세뇨르 주니어의 주문은 그의 예상과는 달랐다.
"활기차고, 당당한 인물, 그냥 오늘을 즐기면서 살아가는 젊은 여성"이었다.
미미를 구현해 내는 데 있어, 세뇨르 주니어 연출은 배우를 감정적으로 극한까지 몰아붙였다.
"잘하려고 하는 척, 연기하는 척" 하는 배우의 모습을 싫어했다.
마음의 밑바닥에 있는 욕망, 치부, 질투, 두려움 등 원초적인 감정에 집중하라고 주문했다.
"살면서 항상 솔직할 수는 없잖아요.
살아가기 위해선 싫지만 좋은 척 할 수도 있는 거죠. 저도 그렇게 살았고요.
그런데 세뇨르 연출은 그동안 제가 살면서 잘 숨겨왔던 부분, 저의 치부를 끄집어내려고 했어요.
저의 나쁜 면도 가감 없이 표현하라고 주문했죠. 그걸 드러내는 건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어요.
"
미미는 스트립댄서이자, 에이즈를 앓고 있는 여성이다.
가난하고, 병을 앓고 있지만, 미래에 대한 꿈을 잃지 않는 밝은 성격의 소유자다.
김수하도 밝고, 꿈을 향해 멈추지 않는다는 점에서 미미와 비슷한 점이 있다. 김수하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엄마와 뮤지컬을 보고 단박에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집안이 유복한 편은 아니라서 월 100만원에 달하는 뮤지컬 아카데미에 등록하기는 어려웠다.
대신 예술고등학교로 진학했다.
당시에는 "노래방에서 노래를 열심히 부르면 뮤지컬 배우가 되는 줄 알았다"고 회고할 정도로 뮤지컬 배우에 대해 무지했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 대학도 뮤지컬학과(단국대)로 갔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일본으로 '미스 사이공' 오디션을 보러 가 여주인공 킴의 커버(대체 배우)로 뽑혔다.
그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뮤지컬계의 심장 런던 웨스트엔드를 비롯해 영국과 유럽, 일본에서 '미스사이공'을 공연했다.
"영국에 갈 당시 영어를 한마디도 못 했어요.
한 문장을 외우려면 외울 단어가 너무 많았어요.
선생님과 둘이 런던에서 같이 살면서 밤늦게까지 공부했어요.
원래 공부를 좋아하진 않았지만, 꼭 해야만 했어요.
다음날 앙상블과 킴 커버 역할을 하고, 다시 돌아와 밤늦게까지 공부하면서 버텼어요.
어떻게 하든 무대에 서야 했고, 시간이 부족했어요.
정말 힘들었지만 힘들어할 시간조차 없었어요.
누구에게 하소연할 시간도 없었죠. 어떻게 그 시절을 버텼는지 모르겠네요.
" 꿈같은 시간을 뒤로한 채 그는 지난해 국내로 돌아왔다.
소속사의 권유도 있었지만 오랜 외유에 지쳤던 그는 국내에서 활동하고픈 마음이 컸다고 한다.
첫 작품으로는 창작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을 선택해 주인공 '진'을 맡았다.
그는 진 역할로 지난해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어렸을 때는 정말 하고 싶은 역할이 많았어요.
모두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나이를 한살 두살 먹으면서 좀 더 현실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습니다.
'나는 무엇을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어요.
그래도 '시카고'의 록시 역만은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제가 꿈꿔왔던 두 역할은 미미와 록시거든요. "(웃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