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녀가 싫어해"…7세 친딸 살해한 중국인 징역 22년

지난해 8월 여행 핑계로 한국 찾아 범행
재판부 "무한한 삶의 가능성 송두리째 상실"
동거녀가 싫어한다는 이유로 7살 난 자신의 친딸을 살해한 중국인 남성에게 징역 22년이 선고됐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동거녀가 싫어한다는 이유로 7세 친딸을 한국으로 데려와 살해한 중국인 남성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오상용 부장판사)는 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중국 국적의 장모씨에게 징역 22년을 선고했다고 31일 밝혔다. 장 씨는 지난해 8월 서울 강서구 소재 한 호텔 욕실에서 딸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중국에 사는 장 씨는 2017년 5월 이혼한 뒤 지금의 여자친구를 만나 동거를 시작했다. 장 씨는 이혼 후에도 전처의 집 근처에 살며 아침마다 딸을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1년에 수차례 딸과 여행을 다니는 등 가까운 사이를 유지했다.

하지만 장 씨의 동거녀는 장 씨의 딸이 좋지 않은 일을 불러일으킨다며 '마귀'라고 부를 정도로 미워했고, 2차례 겪은 유산 역시 장 씨의 딸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또 장 씨가 딸과 가깝게 지내자 동거녀는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 결국 장 씨는 동거녀를 위해 딸을 살해하기로 마음 먹고 지난해 8월6일 딸과 단 둘이 한국으로 여행을 왔다.

범행 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동거녀와 범행을 공모하는 내용의 대화를 주고 받은 장 씨는 그날 밤 호텔 욕실에서 딸을 목 졸라 살해했다.

범행 후 장 씨는 객실을 나와 담배를 피우고 로비에서 술을 마신 뒤 객실로 돌아가 호텔 프런트에 "딸이 욕실에 쓰러져 있다"고 신고하는 등 태연하게 행동했으며, 수사과정에서 "외출 후 돌아왔더니 딸이 쓰러져 있었다"며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하지만 재판부는 장씨가 여자친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에서 살인 공모 정황이 보이는 점, 피해자에게 목이 졸린 흔적이 있는 점, CCTV 영상에 장씨 외에 해당 객실 출입자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해 장씨가 딸을 살해한 것으로 결론내렸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영문도 모른 채 자신의 아버지에 의해 극심한 고통을 느끼면서 사망했을 것"이라면서 "이 사건이 아니었다면 피해자 앞에 펼쳐졌을 무한한 삶의 가능성이 송두리째 상실됐다"고 판시했다.

또 "피고인은 피해자를 양육하고 보호할 의무가 있고 어떤 이유로도 피해자의 생명을 빼앗을 권리가 없다는 점에서 그 죄질과 범정이 아주 무겁다. 피고인에게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을 가할 책무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