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경 국제박물관協 한국위원장 "박물관도 해외와 소통…우리 목소리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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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선 국수주의적 전시서 탈피“한국 박물관이 글로벌 담론을 공유하고 이끌면서 국제적 영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인류 보편가치 지향" 논의 확산
한국도 글로벌 담론에 참여해야
"젊은 박물관인 의견 반영하고
ICOM 진출 도와 韓 위상 높일 것"
지난 15일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한국위원회 위원장에 선임된 장인경 철박물관장(60·사진)은 3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박물관업계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글로벌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 교류가 필수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ICOM은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비정부기구(NGO)로, 세계 각국 박물관들의 협력과 교류를 위해 설립된 유네스코 협력 기관이다. ICOM엔 123개 국가위원회가 활동 중으로, ICOM 한국위원회는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의 박물관과 미술관을 대표하는 역할을 맡는다.
장 위원장은 2001년 ICOM 한국위원회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2004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ICOM 총회가 서울에서 열렸을 때에는 ICOM 산하 국제위원회에서 일하며 총회의 성공적 진행에 일조했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는 ICOM 본부 집행이사로 활동했다.
장 위원장은 인터뷰 내내 박물관업계의 국제적 소통을 강조했다. 그는 “흔히 박물관을 해당 지역이나 민족을 뽐내기 위한 전시장으로 여겨 해외와의 소통 필요성에 의문을 표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편협한 시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박물관은 대부분 17세기 이후 제국주의 국가의 식민지 확장 정책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며 “특정 국가만의 시각으로 바라볼 수 없는 것이 박물관이고, 그 안의 전시품도 마찬가지”라고 했다.장 위원장은 “세계 박물관업계에선 국수주의적이고 민족주의적인 기존 전시 방식에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변화하자는 담론이 형성되고 있다”며 “일제강점기를 거친 한국도 이 같은 담론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패러다임 전환기에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 장 위원장은 “박물관업계의 젊은 인사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선 박물관과 관련한 논의의 장이 대부분 기관 단위로 진행돼 유능한 교수 등 개인이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같은 이유로 장 위원장은 “30~40대 젊은 박물관 관계자가 ICOM 본부에 적극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 한국의 글로벌 영향력을 높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장 위원장의 아버지 고(故) 장상철씨는 장경호 동국제강 창업주의 아들로서 산업화 시기 동국제강 경영을 이끌었다. 장 위원장이 2000년부터 철박물관 관장을 맡은 것도 평생 철을 다뤄온 부친의 노력을 기리기 위해서다. 1996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CMS(certificate in museum study·박물관학) 프로그램을 수료한 장 위원장은 철박물관 건립 과정부터 깊숙이 관여했다. 장 위원장은 “어렸을 때 선친께서 시간이 날 때마다 여러 박물관에 데리고 가셨다”며 “이때 기억 때문에 박물관에 대한 애정이 더 각별한 것 같다”고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