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만이 비밀스레 전한 사랑 이야기 들려줄게요"

피아니스트 손열음 4년 만에 독주회

23, 24일 '좌석 간 띄어앉기'로 열려
“애써 준비한 공연을 취소해 며칠 동안 우울했어요. 그래도 다시 연습을 시작하면서 감정을 추스르고 마음도 다잡았습니다.”

1일 서면으로 만난 피아니스트 손열음(사진)은 ‘매진의 역설’로 지난달 독주회를 취소했을 때의 심경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지난달 1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예정된 손열음의 독주회는 공연을 며칠 앞두고 취소됐다. 티켓이 일찌감치 매진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생활 방역’ 지침의 ‘객석 간 띄어 앉기’가 불가능했던 탓이다. 급히 다른 공연장을 찾았지만 1년 전부터 대관이 마무리되는 콘서트홀 특성상 빈 곳이 없었다. 결국 한 달 이상을 미뤄 오는 23, 24일 같은 공연장에서 똑같은 프로그램으로 이틀간 독주회를 ‘객석 간 띄어 앉기’로 열게 됐다.연주곡은 모두 올해 탄생 210주년을 맞은 슈만의 작품들이다. 어린이를 주제로 한 ‘어린이 정경’과 독일 낭만주의 시인 호프만의 ‘수고양이 무어의 인생관’에서 영감을 얻은 ‘크라이슬레리아나’, 클라라에게 사랑을 느껴 작곡한 ‘판타지’와 우여곡절 끝에 클라라와 결혼하게 된 기쁨을 표현한 ‘아라베스크’ 등이다. “제가 10여 년 전부터 연주해왔고 무대에서 선보이고자 아껴온 작품들입니다. 그동안 성장해온 만큼 작품을 해석하는 관점도 달라졌어요. 세월에 따라 달라진 저의 모습처럼 자연스러움에 초점을 맞춰 연주할 겁니다.”

2011년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콩쿠르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명성을 얻은 손열음은 이후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로 성장했다. 독주회는 2013년과 2016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그는 이전부터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로 슈만을 꼽았다. “‘판타지’와 ‘크라이슬레리아나’는 마치 연애편지 같아요. 사랑할 때 나올 수 있는 모든 감정이 녹아들었죠. 듣다 보면 슈만이 저한테 사랑 이야기를 비밀스레 전하고 있어요. 이걸 풀어내 관객에게 전할 겁니다.”손열음은 다른 연주곡들과는 성격이 다른 ‘어린이 정경’을 레퍼토리에 넣었다. “이 곡을 들으면 누구나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 있어요. 어른의 사랑 이야기인 ‘판타지’, ‘크라이슬레리아나’와 전혀 다른 작품입니다. 대비하면서 들으면 더 흥미롭게 공연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