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진단키트 실은 대한항공…"이 없으면 잇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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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대신 '수출 효자'로 채워증권업계에서 대한항공이 2분기 흑자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여객기 운항 중단으로 항공화물 운임이 급등한 데다 반도체와 코로나19 진단키트 등의 수출이 크게 늘면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항공화물 운임 급등 '반사익'
"2분기 영업익 흑자전환 가능"
증권사들 목표가 상향 조정
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대한항공은 0.72% 오른 2만850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19일부터 10거래일간 15.51% 상승했다.
이날 하나금융투자는 대한항공이 2분기 512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직전 분기 및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목표주가는 기존 2만3000원에서 2만8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달 29일 유진투자증권도 대한항공의 2분기 영업이익을 1065억원으로 전망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1분기 코로나19 영향으로 국제선 여객이 급감하면서 828억원 영업적자를 냈다.
증권사들이 대한항공의 2분기 흑자전환을 점친 건 여객기를 통해 운반됐던 화물이 화물전용기로 몰려들면서 화물 부문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대형 항공사들은 화물전용기나 여객기 화물칸에 수화물을 싣고 남는 공간(벨리카고)을 활용해 항공화물을 수송한다. 대한항공은 전체 화물 수송 가능량의 약 42%를 벨리카고가 차지하고 있다.여객기 운항 중단으로 벨리카고가 자취를 감추자 항공화물 운임이 급등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4월 아시아~미주노선 운임은 전년 대비 90%, 아시아~유럽노선은 108% 상승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2010년과 2016~2017년 대한항공의 연간 영업이익이 1조원 이상을 기록한 해는 화물 부문 기여도가 컸다”며 “올 2분기 대한항공의 화물 단위당 수익(일드)은 당시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항공운송 비중이 높은 반도체와 코로나19 진단키트 등 바이오헬스 관련 품목 수출이 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5월 반도체 수출은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이 반도체를 대량 구매한 영향으로 전년 대비 7.1% 증가했다. 코로나19 진단키트 등 바이오헬스 품목은 59.4% 급증했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부터 국제선 여객 운항이 일부 재개되면서 벨리카고 공급이 확대되고 있다”며 “이는 화물운임 인하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2분기 양호했던 화물 부문 실적이 하반기까지 지속될지는 다소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