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진출 10년 만에…'두부왕국' 사로잡은 풀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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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법인 1분기 첫 흑자 전환…매출도 34% 급증풀무원이 중국 시장 진출 10년 만에 첫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창업 초기부터 과감하게 해외시장에 진출했지만 지난 30년간 적자 늪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풀무원 중국법인의 흑자 전환으로 국내와 해외에서 ‘쌍끌이 성장’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해외사업 턴어라운드 계기 마련풀무원은 지난 1분기 중국법인 푸메이뚜어식품이 7억원의 흑자를 냈다고 1일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75억원에서 34% 급증한 101억원이었다. 중국법인의 실적 전환은 두부와 파스타가 이끌었다. 두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1%, 파스타는 180%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중국에서도 비대면 소비가 트렌드가 되면서 e커머스(전자상거래) 채널에서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73% 증가했다.
현지 입맛 맞춰 두부류 개발·생산
지난해보다 61% 더 팔려
美·日·베트남서도 흑자 낼지 주목
중국은 글로벌 두부 소비량의 30%를 차지하는 ‘두부 대국’이다. 연간 250만여t을 먹는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중국 두부시장 규모는 2015년 74억1600만달러에서 지난해 99억8300만달러로 증가하는 등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풀무원은 10년 전 핵심 제조 역량인 두부 사업을 들고 중국에 진출했다. 베이징과 상하이에 푸메이뚜어식품을 설립했다. 베이징에는 두부와 생면공장을 지어 두부, 파스타, 핫도그 등을 생산한다. 상하이에는 영업본부가 있다.풀무원은 프리미엄과 현지화 전략을 함께 썼다. 한국식 두부는 중국인에게 생소한 재료다. 풀무원은 지난해 11월 베이징 공장에 가공 두부 설비를 갖추고 중국식 두부인 포두부, 백간, 향간 등 가공 두부를 생산했다. 포두부는 두부를 얇게 펴 수분을 뺀 것으로 쌈이나 면 형태로 먹는다. 백간은 치즈처럼 단단한 식감을 내는 두부로 간식용이다. 백간에 향신료를 쓰면 향간이 된다. 풀무원 관계자는 “중국은 가공 두부와 일반 두부 시장이 6 대 4 정도로 가공 두부가 더 크다”며 “현지인의 입맛에 맞는 제품군을 갖추자 같은 브랜드의 한국식 두부 제품 판매량이 함께 늘었다”고 밝혔다.
중국에서도 한국처럼 최근 몇 년 새 가정간편식(HMR)이 인기다. 외식 문화가 발달했지만 코로나19로 ‘집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풀무원은 이런 흐름을 잘 탔다. 면 요리에 익숙한 중국인들에게 색다른 면 요리인 파스타를 좀 더 쉽고 빠르게 먹을 수 있게 했다. 중국에서 시판 중인 건면 파스타가 최소 8분 이상 삶고 소스와 함께 한 번 더 볶아야 하는 것과 달리 풀무원의 간편식 파스타는 전자레인지에서 2분 조리 후 바로 먹을 수 있다.
‘아픈 손가락’ 해외사업 반등할까중국법인의 흑자 전환은 의미가 크다. 풀무원은 1991년 미국을 시작으로 중국 일본 베트남 등에 진출했다. 하지만 해외 사업장에서 매년 손실을 냈다. 해외 사업은 30년간 ‘아픈 손가락’이었다. 해외 사업 손실이 국내 이익을 갉아먹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분위기는 바뀌고 있다. 2017년 1분기 93억원에 달했던 해외법인 적자는 지난해 1분기 76억원, 올 1분기엔 29억원으로 줄였다. 미국 일본 베트남 등 다른 해외 사업장의 적자폭도 크게 줄고 있다. 미국법인의 지난해 적자는 256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32% 줄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