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이중섭 '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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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두 마리의 닭이 날개를 한껏 편 채 서로를 노려보고 있다. 화면 오른쪽 위의 붉은색 닭이 왼쪽 아래의 푸른색 닭을 덮치려는 기세다. 바닥에 넘어진 푸른색 닭은 주둥이를 크게 벌린 채 비명을 지른다. 앞으로 나란히 내민 두 발은 수세에 몰린 닭의 다급함을 보여준다. 이중섭(1916~1956)의 대표작 중 하나인 ‘투계’(국립현대미술관 소장)다.
서양 회화의 기초 위에 동양의 미학을 실현한 이중섭은 강렬한 색감과 선묘 위주의 기법으로 소, 닭, 아이와 가족 등 향토적 소재를 그렸다. 고분 벽화나 민화 등 전통적·토속적인 것에서 받은 영감을 표현주의적 감각으로 완성했다. 고분 벽화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투계’에서 이중섭은 물감을 유화용 나이프로 긁어내는 방식으로 화면을 거칠게 표현해 당장이라도 물어뜯을 듯한 닭의 공격적인 자세를 역동적으로 그려냈다.작가가 요절하기 1년 전인 1955년에 그린 이 작품에는 개인적인 고난과 시대적 고민이 반영돼 있다. 제주도에서 피란생활을 하다 부산으로 돌아온 뒤 가족들은 일본으로 떠났고, 홀로 남은 그는 희망과 기대가 좌절된 채 생활고와 정신적 불안에 시달리다 삶을 비극적으로 마감했다. 1953년작 ‘부부’에서 다정하게 입맞춤을 했던 두 마리 닭은 싸움닭으로 변했다.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