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업계 "中 정부처럼 보조금 지원하라"…370억달러 요청

미국 반도체업계가 370억달러 규모의 정부 지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미·중 갈등이 신냉전 수준으로 달아오르는 가운데 중국 반도체업계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지키려면 전폭적인 정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가 정부와 의회에 이런 내용의 요구안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요구안에는 반도체 공장 건설 지원, 주 정부의 반도체 투자유치 지원, 연구개발(R&D) 자금 증액 등 세 가지가 담겼다.우선 50억달러 규모의 연방정부 예산을 마련해 반도체 생산공장 건설에 투입하자는 안이 제시됐다. 여기에 민간 자금을 추가로 유치하고, 정부와 민간이 공장을 함께 운영하자는 주장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인텔이 지난 4월 미 국방부에 제안한 방안이다.

또 주 정부가 반도체 투자와 관련한 인센티브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150억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해달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별도 170억달러는 R&D 지원에 활용하자는 의견이다. 구체적으로는 기초연구 50억달러, 응용연구 70억달러, 신기술센터 지원 50억달러 등이다.

미국 반도체업계의 이번 제안은 정부에서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는 중국 반도체업계를 의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자국 반도체 기업에 거액의 투자금을 몰아주고 있다. 지난달 중국 파운드리 1위 업체인 SMIC는 정부 주도의 산업 펀드를 통해 22억50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중국 반도체산업은 성장세가 가파르다. SIA는 2030년 세계 반도체 생산량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금의 두 배 수준인 28%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생산하는 반도체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한국 대만 등 반도체 강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게 미국 반도체업계 및 정부 시각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삼성전자, 대만 TSMC 등의 공장을 미국으로 불러들이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박상용 기 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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