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슈가 믹스테이프, '빌보드 200' 11위…한국 솔로 최고기록(종합)

솔로 작업도 '차트 파워'…문화적 영향력 커진 BTS, 샘플링 논란도
그룹 방탄소년단(BTS) 슈가가 개인 믹스테이프(비정규 무료음반)로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11위에 올랐다. 빌보드 차트 공식 트위터(@billboardcharts) 계정은 1일(현지시간) 최신 '빌보드 200' 차트 데뷔 앨범을 소개하는 트윗에서 슈가가 활동명 '어거스트 디'(Agust D)로 공개한 믹스테이프 'D-2'가 1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 솔로 가수 앨범이 '빌보드 200'에서 세운 최고 기록이다.

최근 '빌보드 200'에서 한국 솔로 최고 기록을 경신한 가수들은 모두 방탄소년단 멤버들이다. 방탄소년단 제이홉은 2018년 3월 발표한 믹스테이프 '호프 월드'(Hope World)로 빌보드 200 63위로 처음 진입해 38위까지 올랐다.

이어 RM이 같은 해 10월 공개한 믹스테이프 '모노'(mono.)가 빌보드 200에 26위로 데뷔했고, 이번에 슈가가 자신의 믹스테이프를 11위에 올려놓으면서 방탄소년단 멤버끼리 또다시 기록을 '배턴 터치'하게 됐다.

빌보드 200 순위는 실물 음반 판매량, 스트리밍 횟수를 앨범 판매량으로 환산한 수치(Streaming equivalent albums·SEA), 디지털음원 다운로드 횟수를 앨범 판매량으로 환산한 수치(Track equivalent albums·TEA)를 합산해 집계한다. 슈가의 이번 기록은 제이홉, RM의 앞선 믹스테이프와 마찬가지로 비상업적 목적으로 무료 배포된 음반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지난달 22일 기습적으로 발표된 'D-2'는 해외 음악 플랫폼에서 유료 구매할 수 있지만 사운드클라우드와 구글 등에는 무료로 공개됐고 실물 음반도 판매하지 않았다.

이 앨범은 빌보드와 함께 양대 팝 차트로 꼽히는 영국 오피셜 차트에서도 앨범 부문 7위를 차지했으며 타이틀곡 '대취타'도 싱글 부문 68위를 기록했다. 최근 방탄소년단은 앨범을 발매할 때마다 전 세계적 팬덤을 바탕으로 양대 팝 차트에서 앨범 부문 1위를 휩쓰는 등 차트 파워를 발휘하고 있다.

이런 인기가 멤버들의 솔로 작업물에 대한 호응으로도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방탄소년단의 믹스테이프는 멤버 개인들이 자신의 음악적 개성과 정규 작업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좀 더 자유롭게 보여주는 창구다.

슈가의 경우 전작 '어거스트 디'와 마찬가지로 이번 믹스테이프에서도 아이돌 그룹의 매끈한 이미지 아래 잠재한 공격성과 자의식, 자기고백을 쏟아냈다.

이런 맥락에서 비속어가 포함된 거친 가사도 서슴지 않았다.

타이틀곡 '대취타'가 조선 시대 임금이 행차하거나 군대가 행진할 때 사용된 반주 음악 대취타(大吹打)를 샘플링한 것도 화제가 됐다.

슈가는 1994년 발매된 '국립국악대전집 1'에 실린 대취타를 신곡에 샘플링해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취타'는 국악 요소를 활용하고 사극 세트에서 뮤직비디오를 촬영해 국내외 아미(방탄소년단 팬) 사이에서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도 끌어올렸다.

국립국악원의 대취타 연주 영상에 팬들이 찾아와 댓글을 달기도 했다.

그러나 방탄소년단의 활동 범위가 전세계로 넓어지고 문화적 영향력이 커진 만큼 다른 문화와 역사적 맥락에 대한 감수성, 창작자로서 책임성을 요구받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일례로 이번 믹스테이프 수록곡 '어떻게 생각해?'는 과거 신도 900여명에게 음독을 강요하며 '존스타운 대학살' 사건을 일으킨 미국 사이비 종교 교주 짐 존스의 연설 육성이 도입부에 삽입된 것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됐다.

자신들의 성과를 왈가왈부하는 목소리들에 대해 "관심 없다"고 일갈하는 내용의 가사가 짐 존스의 연설과 어떤 맥락에서 관련이 있는지 의문이 제기됐다.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프로듀서가 특별한 의도 없이 연설자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곡 전체의 분위기를 고려해 (샘플을) 선정했다"며 "관련된 역사적, 사회적 상황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다"고 사과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