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위에 훈수두는 中…SNS에선 트럼프 조롱 봇물

中 외교부 "흑인 억압은 미국 고질병" 비난
언론들은 미국 시위 사태 실시간 보도
미국 백인 경찰의 과잉 단속 과정에서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대한 항의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번지고 있는 것을 두고 중국 정부가 연일 미국 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중국 언론들은 앞다퉈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를 실시간으로 집중 보도하고 있고, SNS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조롱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2일 환구시보 등에 따르면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현재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위를 예의주시 하고 있다"며 "흑인 생명도 귀한 생명이기에 그들의 권리도 확실히 보장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시위는 미국 사회가 갖고 있는 '소수 권리 억압'이라는 고질병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자오 대변인은 "인종 차별뿐 아니라 경찰의 폭력적인 법 집행 문제도 엿볼 수 있었다"며 "미국 정부는 하루빨리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며 촉구했다. 또 "미국 정부는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를 위해 노력하고 소수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확실한 조치를 취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관영 CCTV는 사망한 플로이드의 동생 필로니즈 플로이드가 인터뷰 도중 우는 장면과 플로이드의 부검 결과 등을 장시간 할애해 보도했다. 자사 소속 기자가 미네소타에서 시위대와 함께 뛰고 있는 장면과 미국인들이 시위대에 대한 경찰의 폭력을 묘사하는 동영상 등을 내보내기도 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대를 피해 백악관 벙커로 피신했다'는 미 CNN 보도를 발빠르게 전했다. 해당 기사는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 누리꾼들로부터 50만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 시위는 '국가의 파탄'을 드러냈다"면서 "미국의 해묵은 사회적 문제점이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인종차별주의자 대통령'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면서 "인종 불평등과 차별, 사회 양극화 등 미국의 오랜 문제가 트럼프 정부 들어 더욱 증폭됐다"고 비판했다.

차이나데일리는 트럼프를 닮은 인물이 'WHO(세계보건기구)'라고 적힌 산소탱크의 줄을 절단한 뒤 걸어가는 동안 플로이드가 죽기 전에 한 "숨을 쉴 수 없다"는 말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말하는 모습의 정치만화를 게재했다.

중국 SNS에서도 미국 시위 관련 뉴스가 쏟아졌다. 가장 많이 검색한 화제의 검색어엔 '미국 폭동'이 올랐다. 시위대를 피해 피신한 트럼프도 중국 누리꾼들의 주목을 받았다. 해당 소식을 접한 중국 누리꾼들은 "민중에 의해 뽑힌 대통령인데 왜 당신의 민중을 두려워하는가", "미국 역사상 가장 성공한 대통령"이라며 조롱을 쏟아냈다. 전문가들은 중국 언론이 미국 시위를 집중적으로 보도하는 이유가 중국의 우월감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알프레드 우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는 "중국 공산당이 코로나19 퇴치와 사회 관리 측면에서 미국보다 더 잘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