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감동시킨 '핫식스' 이정은의 영문 에세이

"늘 편하거나 쉽지 않았다"
이정은(왼쪽 뒤)이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휠체어를 타고 있는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
‘핫식스’ 이정은(24)의 영문 에세이가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고 있다. 이정은은 2일(한국시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홈페이지에 현지 통역의 도움으로 ‘아직 남은 길(MY ROAD LESS TRAVELED)’이란 글을 실었다.

이정은은 “모든 삶에는 갈림길이 있다. 길 위의 사람들은 늘 선택을 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트럭을 운전했던 아버지는 내가 네 살 때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 마비 장애를 입으셨다”고 털어놨다. 이정은의 아버지 이정호 씨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장애인용 승합차를 운전하며 이정은을 뒷바라지했다. 이정은은 “어렸던 나는 아버지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지 못했다”며 “아버지는 인생을 포기했을 수도 있었지만 가족을 위하는 길을 택했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생계형 프로’가 되려 했던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골프를 떠밀려 배우는 기분이어서 3년간 골프를 쉬었다가 15세 때 티칭프로가 되기 위해 골프를 다시 시작했다. 17세에 서울의 유명 감독이 찾아와 골프아카데미에 들어올 것을 제안했다. 그게 첫 갈림길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정은의 삶은 이후 180도 달라졌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신인상을 받았고 2년차 때 4승을 올려 상금왕을 차지했다. 2018년에도 2승을 거둔 뒤 이듬해 LPGA투어에 진출하며 성공 가도를 달렸다. 이정은은 “그때 고생스럽고 불확실한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US오픈 우승, 신인상 같은 성과는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돌아봤다.

이정은은 다시 우승한다면 더 정확한 영어로 감사를 전하고 싶다면서 이렇게 적었다. “그것은 쉽고 편하지 않은 여행이 될 것이다. 하지만 가치있는 길은 늘 그렇다. 이제 24세인 내가 이미 오래전에 배운 교훈이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