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신상까지…패션업계 '때이른 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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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 앞당겨 대규모 행사
코로나로 4~5월 장사 망쳐
백화점·아울렛 등 매출 반토막
"가을·겨울제품 투자 현금 확보"

원래는 가을 신상품이 나오는 8월께 세일을 해야 하지만, 올해는 시기를 확 앞당겼다. 이 홈쇼핑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패션상품 판매가 4~5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예년보다 이른 할인행사로 시즌상품 수요를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신상품 이례적 할인

온라인 쇼핑몰 행사도 많다. 무신사의 여성 전문몰 ‘우신사’는 15일까지 ‘타임 특가’를 한다. 키르시 스컬프터 등의 브랜드 여름 상품을 최대 70%까지 할인 판매한다. 이베이코리아가 운영 중인 G마켓과 옥션에선 250여 개 패션 브랜드 판매자가 참여하는 ‘연합 할인 행사’가 열리고 있다.
리복 아디다스 등 스포츠 브랜드는 자사 공식 온라인몰에서 할인 행사를 하고 있다. 리복의 할인율이 특히 크다. 올 신상품을 50%까지 할인 판매한다. 행사 기간은 21일까지다. 할인 행사에 잘 나오지 않는 모자, 양말, 슬리퍼 등 소품도 많다. 아디다스는 7일까지 두 개 이상 상품을 구매하면 최대 40% 할인해준다.재고 회전시켜 현금 확보 나서
유통·패션업계가 5~6월 이례적으로 큰 폭의 할인을 신상품에까지 적용하는 이유는 재고 소진 목적이 크다. 패션상품은 최소 6개월 전에 기획하고 상품 제작에 들어간다. 올 봄·여름 상품은 작년 9~10월께 이미 주문이 들어갔다. 지난 1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이 상품들부터 판매가 부진했다. 코로나19를 예상하지 못해 과도하게 많은 상품을 생산했다. 백화점, 아울렛 등의 매출이 지난 3~4월 반토막 난 상황에서 이 상품들은 고스란히 재고가 됐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유통사와 패션 업체들은 어쩔 수 없이 ‘마진’을 포기하기로 했다. 현금이 돌아야 가을·겨울 시즌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례적인 신상 할인 행사에 나선 이유다.지난달 중순부터 풀린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을 노린 판매 전략이기도 하다. 대기업 계열 백화점과 아울렛, 온라인몰에선 사용할 수 없지만 소비 여력이 높아져 패션 상품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실제 백화점 매출은 지난달 중순부터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한때 50% 가까웠던 매출 감소율이 5월 중순 이후 한 자릿수까지 줄었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