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유오피스 '위험 주의보'…위워크, 지점 정리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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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타워·을지로·광화문 등글로벌 공유오피스기업 위워크가 한국 지점 정리에 나서면서 오피스 시장에 작지 않은 충격이 예상된다.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섰던 위워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공실률이 높아진 서울 강북 지점을 다른 공유오피스업체에 넘기거나 아예 문을 닫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공실률 높은 강북점 위주
2일 오피스업계에 따르면 위워크는 서울 종로타워점을 비롯해 을지로점(대신파이낸스센터) 광화문점(더케이트윈타워) 등 강북 지점을 패스트파이브 등 다른 공유오피스업체에 이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위워크는 지난달 중순 임대차계약 파기를 종로타워 소유주인 KB자산운용에 요청했다. KB자산운용은 공실 부담 때문에 계약을 일단 유지하기로 하고, 패스트파이브 등 다른 공유오피스업체들과 임대차계약 승계 등을 논의하고 있다.
위워크의 계약 대행을 맡은 글로벌 부동산서비스회사 존스랑라살르(JLL)는 “폐점과 임대차계약 승계 등을 공식적으로 논의한 바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상당한 물밑 접촉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위워크가 정리에 나선 곳은 강남보다 공실률이 더 높은 강북 지점들이다. 오피스업계 관계자는 “위워크가 건물주로부터 임차료 할인을 아무리 많이 받더라도 공실로 수익이 나지 않는 지점을 유지하긴 어렵다”며 “일방적 계약 해지는 부담이기 때문에 계약 승계 업체를 우선 찾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2010년 미국 뉴욕에서 설립된 위워크는 2016년 8월 한국에 진출해 서울에 18개, 부산에 2개 지점을 두고 있다. 미국 본사도 지난해 기업공개(IPO)에 실패해 정리해고, 지점 축소 등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공격적 확장이 화 키워…오피스 시장 '위워크發 공실 폭탄' 터지나
몸집 불리기만 치중…강북 랜드마크 빌딩 중심 공략
장기 임차로 각종 혜택 누렸지만…경쟁 많아지며 공실률 급증
2016년 한국에 진출한 위워크는 건물주들에게 큰 환영을 받았다. 위워크가 들어오면 오피스 빌딩의 가치가 한 단계 더 높아진다는 게 정설이었다. 스타벅스가 입점하면 상가 가치가 올라가는 것과 마찬가지였다.위워크 입주는 성공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상징과도 같았다. 위워크에 들어가면 펀딩(자금 유치)이 쉬워진다는 말까지 나왔다. 위워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을 못 이겨 지점 정리에 나선 것이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지점 정리 부담 적어
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작년 말부터 위워크 본사 차원에서 한국 지점 축소에 대한 검토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부동산서비스 회사 존스랑라살(JLL)을 대행사로 내세워 지점별 조사에 착수했다. 공유오피스업계 관계자는 “위워크는 지점별 실적에 따라 일부는 정리하고, 일부는 임대료 재협상에 들어가는 등 다른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서울 종로타워점이 우선 조정 대상에 올랐다. 위워크는 2018년 9월 종로타워 8개 층에 입주해 영업을 시작했다. 임차한 면적은 종로타워 연면적(6만여㎡)의 31%인 1만8895㎡다. 임대차 계약기간은 2038년까지다.
명동 대신파이낸스센터점과 광화문 더케이트윈타워점도 정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오피스업계 관계자는 “패스트파이브, 스파크플러스 등 다른 공유 오피스 업체에 임대차 계약을 승계하는 방안을 내부 검토 중이지만 코로나19 등으로 오피스 경기가 어려워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신파이낸스센터를 보유한 대신증권 측은 “위워크로부터 아직까지 계약 관련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했다.
위워크가 지점별로 다른 전략을 세울 수 있는 것은 개별 지점이 특수목적회사(SPC)를 세워서 건물주와 계약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위워크는 지점 이전이 힘들어지면 어느 정도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임대차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며 “계약 주체가 SPC이고 본사 차원의 보증도 없었기 때문에 큰 부담이 없다”고 했다. 위워크가 계약 파기를 강행할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오피스 업계에 큰 충격이 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빠른 확장이 부메랑으로
위워크의 구조조정은 국내 사업을 공격적으로 시작할 때부터 예견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6년 8월 한국에 들어온 위워크는 빠르게 지점을 늘려왔다. 서울 강남에서만 선릉, 역삼, 강남역, 삼성역 등에 12개 지점, 강북에선 여의도, 서울스퀘어, 종로타워, 홍대, 광화문, 을지로 등 6개 지점을 냈다. 부산에도 서면과 문현동에 2개점을 만들었다.
위워크는 강남에 비해 공실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강북 랜드마크 빌딩을 주로 공략했다. 대규모 면적을 장기간 임차하면서 공실 부담을 낮춰주는 대신 임차료 인하 등 혜택을 받았다. 입주 건물의 몸값을 높여주는 효과도 있었다. 2018년부터 위워크를 임차인으로 맞은 오피스 빌딩이 속속 매각이 성사됐다. 서울역 랜드마크 빌딩인 서울스퀘어를 비롯해 여의도 HP빌딩, 중구 KG타워, 강남 옛 PCA라이프타워 등이 위워크 입점 후 공실 리스크가 사라지면서 새 주인을 맞이했다.
하지만 국내 공유오피스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난해부터 위워크의 공실률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오피스 업계에 따르면 위워크의 평균 공실률은 30% 정도다. 강북 지점에 따라 50%를 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프랜차이즈 회사인 리맥스코리아의 노창희 부사장은 “위워크의 장점은 넓고, 다양화된 공용공간인데 코로나19로 공용공간에 대한 사용자의 불안이 커졌다”며 “최근에는 독서실 같은 답답하지만 개인별로 분리된 공유 오피스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했다.국내 오피스공유 시장 1위 업체인 위워크는 올 들어 한국 토종 업체인 패스트파이브에 1위 자리도 내줬다. 패스트파이브는 조만간 문을 열 서울 여의도점과 선정릉점까지 합치면 25개 지점을 갖추게 된다. 수요가 많은 강남권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지난해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매출 425억원을 기록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