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악연' 이어온 이해찬·김종인…여야 대표로 만난다
입력
수정
1988년 총선서 김종인 누른 이해찬김종인 미래통합당 대표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예방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32년 인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16년 공천 앞두고 이해찬 컷오프 시킨 김종인
두 정치 원로의 악연은 오는 8월 끝날 듯
3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11시 비대위원장 취임 인사차 이 대표를 방문한다. 이날 회동은 여야 대표 자격으로 상견례 차원에서 추진됐다.양당 수장이 취임 후 상견례 차원에서 만나는 것은 일반적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회동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와 김 위원장이 각 당의 수장으로 재회한 것을 두고 32년 오랜 악연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이들의 인연은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 위원장은 민주정의당 후보로 서울 관악을에 출마했으나 평화민주당 소속이던 이 대표에게 패배했다.이후 이들은 2016년 같은 당에 몸을 담게 된다. 당시 문재인 민주당 대표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김 위원장에게 당권을 넘겼다. 김 위원장은 선거를 불과 한 달여 앞두고 이 대표를 컷오프(공천배제)시키는 행보를 보였다.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은 당시 이 대표의 공천배제와 관련해 "정무적 판단"이라며 "정무적 판단이면 정무적 판단이지, 다른 이유가 뭐가 있는가. 쓸데 없는 소리 하지 말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 정치권 안팎에선 김 위원장이 사적인 감정으로 이 대표를 컷오프시킨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그러나 이 대표는 탈당 후 무소속으로 세종시에서 당선되면서 보란 듯이 반격에 성공했다. 이 대표는 43.72%를 득표하며 김 위원장이 영입한 민주당 문흥수 후보(10.59%)를 크게 앞질렀다.
7선에 성공한 이 대표는 곧바로 민주당에 복당 신청을 했고, 추미애 당 대표 시절인 같은해 9월에 당에 다시 복귀했다. '셀프 공천'을 통해 비례대표로 20대 국회에 입성했던 김 위원장은 대선을 두 달 앞둔 2017년 3월 민주당의 경제민주화 의지에 실망을 느꼈다며 탈당했다. 이 대표는 그로부터 약 1년 5개월 후인 2018년 8월 당 대표로 선출됐다.
2017년 대선 이후 야인으로 지내던 김 위원장은 총선을 약 한 달 앞두고 통합당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돌아왔다. 이 대표는 민주당 수장으로 총선을 진두지휘했다. 결과는 177석 대 103석, 이 대표의 완승으로 끝났다.이로써 두 사람의 인연도 끝나는 듯했지만, 악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총선 참패 후 당 재건을 위해 통합당 비대위원장으로 김 위원장이 복귀한 것이다.
이날 거대 여당의 수장인 이 대표를 예방한다.
두 정치원로의 악연도 오는 8월 끝맺음을 지을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내년 4월 보궐 선거까지 야당을 이끌고, 이 대표는 당 대표 임기가 만료되는 이번 여름을 끝으로 정계를 떠난다.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