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250까지 상승 가능" vs "주식 '바겐 세일' 기간 끝났다"

사진=연합뉴스
코스피지수가 3일 2100선을 돌파했다. 사흘 동안 6% 가까이 올랐다. 파죽지세다. 앞으로 5.6% 더 오르면 지난 1월 연고점(2267.25)도 넘는다. 그만큼 ‘이렇게 올라도 되는지’ 시장 참가자들의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증권가 리서치센터장들의 전망도 엇갈린다. 낙관론을 대표하는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과 신중론을 대표하는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의 말을 들어봤다.

이경수 “코스피 V자 반등 이어질 것”록다운 풀면 경제 빠르게 회복…미·중 분쟁, 기술패권 다툼 전환
한국 업체들 반사 이익 예상…4차 산업혁명 관련주 가장 유망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지수가 2250선까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V자 반등’이 더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증시 낙관론자와 비관론자를 가르는 차이는 경기침체 기간을 짧게 보느냐, 길게 보느냐에서 비롯된다”며 “이번 경기침체를 역사상 가장 짧고 굵은 침체로 본다는 점에서 나는 증시 낙관론자”라고 말했다.역사가 이를 보여준다고 그는 말을 이었다. 1918년 스페인독감 때 얘기다. 당시 미국에 지역별 이동 제한 조치(록다운)가 내려졌다. 자동차 생산 등 경기 지표는 곧바로 급락했다. 하지만 록다운을 풀자 V자 회복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과거 경기침체가 금융위기, 석유 파동 등에 의해 발생했다면 지금은 록다운 때문”이라며 “이번에도 록다운만 풀면 경제가 바로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을 염려한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도 우려 요인이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그는 낙관적으로 봤다. “1차 확산 때의 학습 효과와 보건·방역 시스템 확충으로 2차 확산의 강도와 충격이 1차 때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중 갈등도 ‘무역 분쟁’에서 ‘기술 패권’으로 성격이 바뀐 점을 낙관의 이유로 들었다. 이 센터장은 “글로벌 교역량을 줄이는 무역 분쟁과 달리 기술 패권 싸움은 한국 업체들이 반사 이익을 누릴 부분이 많다”며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는 미·중 갈등이 심해질수록 수혜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역시 1985~1994년 미·일 반도체 분쟁 때 제3국이 수혜를 본 역사가 있다는 설명이다.코스피지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2배에 가까워지며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시가총액 상위를 네이버와 카카오, 셀트리온 등이 차지하면서 국내 증시의 질이 바뀌었다”며 “한국전력, 포스코 등이 시총 상위를 차지하던 때와 비교해 고평가 여부를 판단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유망 업종은 4차 산업혁명주를 꼽았다. 이 센터장은 “해외 패시브 자금이 들어오면서 다 같이 오르는 시기를 지나면 기술 진보와 관련한 4차 산업혁명주로 다시 매수세가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택 “추격 매수 자제해야”

백신 없어 2050선이 적정 고점…미·중 갈등, 시장이 과소 평가
지금은 추격매수 자제해야…조정 땐 1800선까지 밀릴 수도
정용택 IBK증권 리서치센터장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 백신이 없으면 2050선을 코스피지수 적정 고점으로 보고 있다”며 “오늘은 지나치게 오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코스피지수가 2100을 넘기면서 ‘바겐 세일’ 기간은 끝났다”며 “저가 매수한 투자자는 차익을 일부 실현하고, 추격 매수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이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코로나19가 재확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경제활동 재개는 코로나19 재확산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며 “6월 어느 시점에 확진자가 확 늘어난다면 지금 시장에 가득한 경제 정상화 기대는 유지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백신에 대해서도 보수적이었다. 정 센터장은 “백신이라는 게 쉽게 개발돼 나오는 게 아니다”며 “백신이 없는 상태에서 가을을 맞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미·중 갈등 역시 전혀 시장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대중국 제재 강도가 예상보다 약했기 때문이지만 시장이 이를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센터장은 “병력을 투입한 미국 시위 진압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에게 오는 비난을 외부로 돌리려 할 것”이라며 “미국의 상황이 악화되면서 중국을 상대로 더 강한 제재를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코스피지수 12개월 선행 PER이 11.8배로 역사적 고점에 가까워지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정 센터장은 “기업 실적 등 펀더멘털은 아직 바닥인데 기대감에 증시가 먼저 오른 것”이라며 “코로나19 확진자 증가 등 빌미가 나오면 증시가 조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방역을 잘해 내수 경기 위축이 록다운을 시행한 국가에 비해 크지 않지만 수출 비중이 큰 탓에 미국·유럽의 확진자 증가와 미·중 갈등 격화만으로도 증시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다만 조정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정 센터장은 “코스피지수가 1800선까지 떨어지는 데서 조정이 마무리될 것”이라며 “이후 완만한 회복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망 업종은 비대면 관련주와 독점적인 지위를 지닌 금융회사를 들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