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살지' 다 아는 롯데ON…'쇼핑계 유튜브' 노리는 11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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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커머스 '쿠팡에 반격'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은 쿠팡, 네이버, 이베이코리아 세 곳이 주도하고 있다. 한때 수십 곳의 온라인몰이 치열하게 경쟁하던 구도가 깨지고 이들이 시장을 분할 지배하는 형국으로 가고 있다. 하지만 경쟁자들이 순순히 시장을 내주고 있지는 않다. 판도를 바꾸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 ‘대표 주자’가 11번가와 롯데ON이다. 5대 그룹인 SK와 롯데 계열사인 이들은 그룹의 전폭적 지원 속에 반격을 지속하고 있다. 핵심은 ‘미디어 커머스’와 ‘스마트 검색엔진’이다.11번가, 동영상 콘텐츠 특화11번가는 동영상을 활용한 콘텐츠를 전략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11번가 앱에 접속하면 첫 화면 대부분이 동영상 콘텐츠로 채워져 있다. 요즘 유행하는 미디어 커머스다. 1~2분 안팎의 짧은 동영상은 판매 설명 위주다.
롯데ON '스마트 검색' 강화
기존 검색어로 뭘 살지도 예측
7월중 온·오프라인 '통합 회원제'
11번가 '미디어 커머스' 승부
홈화면에 영상으로 상품 소개
예컨대 4일 11번가 상단에 올라온 ‘제주감귤’은 귤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의 모습을 보여주고, 제주 감귤의 특징을 세세하게 설명한다. 상품 리뷰만 1만4000개가 넘을 정도로 인기다. “과거 글과 사진 위주였던 상품 설명을 동영상으로 바꿔 소비자의 더 많은 구매를 이끌어냈다”는 게 11번가 측 설명이다. 11번가는 동영상 콘텐츠에 가점을 주고, 잘 보이는 곳에 노출해준다.
지난달 중순에는 유튜브처럼 영상을 올릴 수 있는 ‘콘텐츠 랩(Lab)’이란 것도 선보였다. ‘에어프라이어로 과자에 새 생명 불어넣기’, ‘출시 예정 서피스고2 미리보기’ 등 다양한 주제의 짧은 영상이 올라와 있다. 소비자가 그동안 구매한 내역을 분석해 동영상 추천도 해준다.상품 리뷰에도 동영상을 도입했다. 작년 11월부터 동영상 리뷰만 모아 놓은 ‘꾹꾹’이란 탭을 열었다.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할지 말지 망설일 때 리뷰가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판단했다. 이 리뷰를 단순히 글로 써놓는 것보다는 동영상을 찍어 올리면 훨씬 구매 결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실제 동영상 리뷰는 일반 리뷰보다 호응이 컸다. 인기 동영상 리뷰는 조회수가 1만 회를 넘기도 했다. 현재 5만 개가 넘는 동영상 리뷰가 달려 있다.
롯데ON, 검색엔진 업그레이드롯데가 지난 4월 내놓은 그룹 통합 온라인몰 롯데ON은 검색 기능을 강화하는 중이다. 검색엔진이 다음달 크게 바뀐다. 소비자가 무엇을 검색할지 예측하고 키워드를 먼저 제시하는 것이 핵심 기능이다.
예컨대 그동안 아이 옷을 많이 구매한 사람이 검색창을 탭하면 ‘학생복’ ‘신학기’ 등의 단어가 제시된다. 소비자가 굳이 단어를 자판으로 칠 필요가 없게 하겠다는 것이 롯데ON의 의도다. 롯데ON은 외부에서 검색엔진을 가져오지 않고 자체 개발해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롯데ON은 오는 9월께 또 한 번 검색엔진 기능을 높인다. 백화점, 마트, 슈퍼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산 것까지 데이터를 통합한다. 이렇게 하면 훨씬 정교한 키워드 추천이 가능해진다. 온·오프라인 구매 데이터 통합은 롯데ON이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것이다. 미국에선 아마존이 오프라인 매장 홀푸드 구매 데이터를 통합해 운영 중이다.롯데ON은 다음달 새로운 온라인 회원제도 선보인다. 롯데ON에 들어와 있는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등 구분 없이 구매액을 전부 더하고 구매액별로 등급을 나눠 혜택을 준다. 지금은 백화점, 마트 등이 각각 별도의 회원제를 운영하고 있다. 새 회원제는 최근 두 달간 롯데ON에서 쓴 금액이 기준이다. 100만원 이상은 VVIP, 70만원 이상은 VIP, 10만원 이상은 골드, 10만원 미만은 에이스 등으로 나뉜다. 구매액이 많을수록 할인폭이 큰 쿠폰을 준다. 무료배송 쿠폰도 나눠줄 예정이다.
롯데ON은 유통 계열사들과 협업해 대규모 할인 행사도 계획 중이다. 이달 말께 롯데면세점 재고 상품을 대폭 할인해 판매하기로 했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명품 브랜드 다수가 나올 전망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 3일 온라인몰에서 면세점 재고 상품을 판매해 ‘대박’을 터뜨렸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