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률 제고·복지 대수술 위해 출발…"기존 복지가 낫다" 좌우파·노조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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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천국' 유럽도 30년 토론…'반대'로 결론미국에서는 1975년 근로장려세제(EITC)를 도입하면서 근로소득 논의가 일단락됐지만 그 바통을 유럽이 이어받았다. 1977년 네덜란드에서 기본소득을 강령으로 내건 정당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1985년 네덜란드 정부과학정책회의가 ‘부분적 기본소득’ 도입을 제안하면서 논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1988년에는 기본소득유럽네트워크(BIEN)란 기구가 결성됐으며 이후 지속적으로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구직활동 안하는데 소득 보장
근로의지 꺾는 '역효과' 더 커
30여 년 동안 유럽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토론이 이뤄지면서 정치적으로 좌파든 우파든, 경영계든 노조든 모두 반대하는 쪽으로 정리됐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엄청난 재원을 마련할 수 없어서다. 다른 하나는 기본소득 도입이 기존 복지체계의 수술을 전제로 해 지금의 복지체계를 바꿀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이런 이유로 유럽의 중도좌파 성향인 사회민주당은 기본소득 도입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노조도 사민당 못지않게 강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본소득이 노동시장에서 저임금 일자리를 확산시키고 기존 노조원의 고용 안정에도 위협을 가한다는 것이 유럽 노조들의 우려다.
우파 정당은 기본소득이 근로자들의 근로의욕을 저해하고, 중산층 이상의 소득이 비근로활동 인구에 이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로 도입에 반대한다. 찬성하는 쪽은 녹색당과 과거 공산당 계열 정당뿐이다.
이 때문에 유럽에선 기본소득 논의가 한국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한국에선 일부 정치인이 ‘인간다운 삶을 위해 전 국민 대상 현금 지급’을 주장하지만, 유럽에선 어떻게 하면 근로의욕을 높이고 기존 복지체계를 수술할 수 있을까 하는 차원에서 기본소득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네덜란드 위트레흐트시의 기본소득 실험이 그런 사례다. 위트레흐트시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기본소득 지급 실험을 했다. 실업자 250명이 대상이었으며 전원에게 월 960유로를 지급했다. 또 250명을 크게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은 근로나 자원봉사 의무 없이 월 960유로만 수령했다. 다른 그룹은 근로나 자원봉사를 할 경우 한 달에 150유로를 추가로 지급받았다. 위트레흐트시는 이 실험을 하는 이유에 대해 기본소득이 근로의욕을 어느 정도 고취하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다.
잘 알려진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 역시 일자리를 얼마나 늘리고 현재 복지체계 개편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가 포인트였다. 핀란드 정부는 실험이 실패로 끝났다고 선언했다. 프라납 바르단 UC버클리 교수는 “기본소득은 사각지대가 없다는 점에서 저개발국가에선 효율적인 소득보장정책”이라고 진단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