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핑계'삼아…증세론 쏟아내는 여권

역대급 추경 등 확장재정 가속화
"이참에 증세 공론화" 불지펴
여당 일각에서 기본소득 도입 논의를 기회 삼아 증세론을 꺼내들고 있다. 현 재정 상황으로는 기본소득 도입이 불가능한 만큼 세입 확대로 재원을 마련하자는 주장이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원내수석부대표)은 4일 SNS에 “증세 없는 기본소득은 불가능하다”며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여·야·정 추진위원회 설립을 제안했다. 이 의원은 “여·야·정이 머리를 맞대 반드시 필요한 증세 문제를 공론화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며 “증세로 인한 국민의 불만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에 대한 책임을 여·야·정이 공동으로 져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증세 방안으로 △법인세, 소득세 최고 과표구간 신설 △국민 개세주의를 위한 면세 소득자·사업자 구간 폐지 △보편적 증세를 위한 부가가치세 인상 등을 제시했다. 같은 당 김두관 의원도 전날 SNS에서 “이제 본격적으로 기본소득 논의를 해야 한다”며 재원 마련 방안으로 국토보유세 신설, 기본소득세 과세 등 증세를 거론했다. 모든 토지를 인별로 합산해서 누진 과세하는 국토보유세는 여권의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지사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증세론은 올 들어 기본소득 문제와 별도로 국책연구기관들이 먼저 제시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지난달 언론 브리핑에서 “재정지출 확대 수요가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증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원장은 ‘재정포럼’ 5월호에 실은 특별기고에서 “적절한 규모로 증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권 내에서도 기본소득 논의로 인해 증세론에 점차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확장 재정이 가속화하면서 재정 악화 문제가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날 국회에 제출한 3차 추경안이 통과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지난해 38.0%에서 올해 43.5%로 5.5%포인트 높아진다. 정부가 국가채무 비율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40%를 훌쩍 뛰어넘게 된다. 이런 와중에 여당 일각에서는 10조원 규모의 2차 긴급재난지원금(코로나지원금) 지급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청와대가 약속한 전 국민 고용보험 등을 도입하려면 어차피 증세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섣부른 증세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가뜩이나 침체된 경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민간 소비를 활성화하려면 오히려 감세가 필요하다”며 “증세 대신 경기를 활성화해 자연적으로 세수가 늘어나게 하는 증수(增收)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