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제 엔진 단 보트에 '뻥'…충남 서해 밀입국 통로 됐나

해안가 인근에 군부대까지 있어도 무사통과 정황…"경계 비상"
지난달 중국서 밀입국한 8명 중 4명 행방 '오리무중'
중국제 엔진을 단 소형 보트가 태안에서 잇따라 발견되면서 충남 서해가 중국인 밀입국 통로가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보트가 드나든 것으로 추정되는 해안가 인근에는 군부대까지 있는 것으로 전해져 뚫린 경계 태세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4일 태안해경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20일(소원면 의항리 해변)과 지난달 23일(소원면 일리포 해변)에 이어 이날(근흥면 마도 방파제 인근)까지 불과 40여일 사이에 태안군 반경 15㎞ 안에서 중국에서 쓰이는 엔진을 장착한 보트 3척이 잇따라 발견됐다.

이 중 지금까지 실제 중국인 밀입국자들이 타고 온 것으로 확인된 건 1.5t급 레저보트 1척이다.지난달 20일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를 출발해 이튿날 의항리 해변에 도착했다.

보트를 타고 온 밀입국자 8명은 전남 지역 양파 농장 등지에 취업하기 위해 돈을 모아 보트와 기름 등을 산 뒤 서해를 건넌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4명은 붙잡혀 구속됐고, 나머지는 해경에서 추적 중이다.
4월과 이날 발견된 고무보트는 색깔만 다를 뿐 형태와 크기가 같다.

해경과 군에선 대공 용의점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통되지 않는 엔진을 달고 있는 등 밀입국 관련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국내 보트업계 전문가 중 한 명인 가코마린 곽원철(50) 대표는 "보트를 조작하기 위한 손잡이가 엔진에 직접 달린 것(틸러 방식)은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다"며 "대부분 중국에서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해역에 들어서기 전까지 모선(母船) 등의 도움을 받거나 직접 연료 등을 보충하면서 오면 국내 서해로 잠입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태안은 지리적으로도 중국 산둥반도와의 직선거리가 320∼350㎞ 정도로 비교적 가깝다.

이 때문에 최근 코로나19 등으로 우리나라 취업 길이 막힌 중국인들이 위험을 무릎쓰고 밀입국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밀입국자들이 탄 민간 보트가 해상·해안 경계망을 뚫고 들어오는 것으로 보이면서 군은 허술한 감시 태세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열상감시장비(TOD)와 해안 레이더 등 해안복합감시체계가 밀입국 보트 몇 대에도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게다가 보안상 군이 정확한 위치를 공개하지는 않고 있으나, 정체불명 보트가 발견된 수십㎞ 근방에는 우리 군부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태안 한 주민은 "중국인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맘대로 서해를 드나들고 불법체류도 할 수 있다는 뜻일 것"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은 물론이고중범죄자들 일수도 있어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