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전 국민의 염원…“영국 조종사를 살려라” [유은길의 진짜 베트남]

베트남 전 국민이 베트남에서 치료 받고 있는 혼수상태의 영국 조종사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43세의 영국 남성은 베트남항공 소속 파일럿이다. 현재 호찌민 시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데, 지난 2달간 사경을 헤맸다. 다행히 최근 의식은 돌아왔다. 그러나 여전히 거의 전신 마비상태로 상당한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베트남 주요 언론들은 최근 신문 방송 할 것 없이 모두 이 영국 조종사의 병세에 대해 연일 상세히 보도하고 있다. 심지어 치료를 위해 호찌민시내 병원을 옮기는 과정도 기자가 현장을 지키며 엠블런스 차량 동선 및 병실 이동 상황 등을 방송하며 관련 내용을 상세히 다루기도 했다.
특히 베트남 정부 및 보건 의료 당국은 이 영국 조종사의 폐 기능이 10%만 작동하며 사망할 위험이 커지자, 폐 이식 수술까지 준비했다. 놀라운 점은 이 때 이 영국 조종사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일반 베트남 국민 십여명이 자신의 폐를 이식하라며 자발적으로 폐 기증에 나섰다는 점이다. 베트남 의료 당국은 일반 국민의 폐 기증은 받지 않고,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지는 다른 환자의 폐 이식을 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하면서 일반 국민의 폐 기증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데 도대체 이 영국 조종사는 누구 길래 이토록 베트남 정부와 국민이 혼신의 힘을 다해 살리려고 애를 쓰는 것일까?
이 영국 조종사는 다름 아닌 코로나 19 감염 확진자다.이 사람은 베트남내 코로나 19 감염 91번째 확진자다. 통칭 베트남에서 ‘91번 환자’로 불린다. 이 ‘91번 환자’는 호찌민 시내 바(the Buddha Bar & Grill)에서 발생한 코로나 19 집단 감염 사례의 첫 번째 확지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람이 처음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이 바(Bar)와 관련하여 추가로 18명이 차례로 감염 확진 진단을 받았다. 따라서 좀 다른 시각으로 보면 이 영국 조종사는 베트남내 코로나 19 감염 확산의 일부 책임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베트남 국민의 비난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처지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베트남 온 국민과 정부 그리고 언론은 이 영국 조종사가 속히 쾌차하기만을 기원하며 관심과 응원을 보내고 있다.

정말로 어떤 이유가 있는 것인가?
첫째, 베트남 정부와 국민은 현재 이 ‘91번 환자’를 살리는 것을 일종의 국가적 사명으로 여기고 있다. 이 ‘91번 환자’는 베트남내 코로나 19 감염 확진자 가운데 사망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환자이기 때문이다.현재 베트남에는 6월 4일 현재 328명의 코로나 19 감염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이중 단 한명의 사망자도 나오지 않았다. 302명은 완치 판정을 받아 현재 26명만 치료를 받고 있다. 여기에 49일 연속 베트남 지역사회 감염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아 베트남내에서는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사실상 없는 셈이다.

따라서 이 ‘91번 환자’만 생존해 준다면 베트남내 코로나 19 관련 사망자 ‘0’명의 기록은 역사적인 일로 남게 된다. 베트남 국민과 정부는 그래서 이 영국 조종사가 제발 살아주기만을 간절히 염원하고 있다. 일면식도 없는 파란 눈의 이방인, 이 영국 조종사에게 폐 기증 의사를 밝힌 한 베트남 여성은 “그동안 많은 사랑과 도움을 받으며 살아왔기에 순수한 마음으로 생명을 살리는 일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다른 한 남성은 “나라의 명예가 걸린 일이어서 환자가 누구인지는 상관없다”면서 “베트남 정부가 그동안 훌륭한 일을 해냈고 이 나라가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둘째, 베트남 보건 시스템과 의료 기술력을 세계에 과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이 ‘91번 환자’는 약 2달간 혼수상태로 있었다. 의식도 없었고 폐 기능도 사실상 정지해 에크모 치료(ECMO, 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위중한 환자의 혈액을 빼내 산소를 공급한 뒤 다시 몸속으로 넣어주는 장치로, 인공호흡기만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를 치료하는 데 사용)를 장기간 시행했다. 살리기 위한 마지막 방법으로 폐 이식까지 준비하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이렇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91번 환자’가 베트남내 코로나 19 감염 첫 사망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이 영국 조종사는 베트남 온 국민의 기도 덕인지, 기적적으로 몸 상태가 회복됐다. 폐 이식 수술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의료진의 치료와 자극에 손가락과 발가락이 일부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고 의료진의 대화에 눈을 깜박이며 눈물까지 흘렸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폐 기능도 40%까지 회복됐다고 한다. 보건부 산하 병원(Cho Ray Hospital) 의료진은 이 환자의 치료를 위해 전국의 유명 의사들과 화상회의를 해가며 지극정성으로 보살폈다.
앞서 감염 당시 입원했던 호찌민 열대 병원(HCMC Hospital for Tropical Diseases)에서는 65일간의 감염치료 후 10번 이상의 연속적인 진단검사에서 코로나 19 바이러스 음성 판정이 나와 결국 코로나 19 완치 판정을 받았다. 따라서 이제 ‘91번 환자’는 코로나 19 감염 환자가 아니다. 아직 팔 다리는 마비상태이지만 의식은 돌아왔고 점차 나아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래서 이후의 치료를 위해 다른 병원으로 이송된 것이다.

이런 소식에 베트남 국민들은 더 뜨거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네티즌들은 기사 댓글 등을 통해 “외국인 환자를 열심히 치료하는 조국이 자랑스럽다”고 말하는가하면, 또 다른 사람은 “영국 같았으면 이미 이 환자는 사망했을 텐데 베트남이어서 살아있다”며 베트남 정부와 의료진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일반 국민들 역시 인터뷰 등을 통해 베트남 의료기술과 헌신적인 의료진 덕택이라며 연일 베트남의 방역관리 능력과 보건 의료 기술을 세계에 과시하고 있다. ‘91번 환자’ 이 ‘영국 조종사’는 이제 베트남 보건 의료 기술의 어떤 상징적인 존재가 되어 버렸다.
셋째, 이 ‘91번 환자’는 영국인 즉 외국인이기 때문에 베트남 국민의 더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 주로 코로나 19 감염 확산 경로는 외국 특히 유럽으로부터의 유입이다. 유럽에서 온 여행객 그리고 유학생들로부터 베트남내 코로나 19 감염이 확산됐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외국인 감염 비율이 높은데, 역설적으로 이들에 대한 방역관리와 치료는 베트남 국민의 자부심이 되어 버렸다. 즉 동남아의 개발도상국 그리고 사회주의국가 베트남이지만 외국인들에 대한 치료와 방역관리가 얼마나 철저하고 또 이들 외국인 환자들에 대해 얼마나 지극 정성으로 잘 보살펴 회복시켰는지, 베트남 국민들의 정서와 마음가짐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이러다보니 최근 호찌민에 있는 영국 총영사관은 자국민에 대한 베트남 정부와 의료진의 지극정성에 대해 공식적으로 감사함을 표했다. 또한 베트남에 거주하는 한 영국인 강사로부터 시작된 베트남 의료진과 군경,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감사 캠페인’이 이제는 다른 베트남 주재 외국인들에게로 널리 확산되고 있다. 베트남 보건 의료 당국의 체계적인 방역관리와 국민 염원이 베트남에 있는 내·외국인을 하나로 묶는 어떤 기폭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91번 환자’는 베트남 국민들이 전 세계 외국인들에게 보내는 그리고 그들을 대하는 어떤 정성과 마음가짐 표현의 상징이 되고 있다.
코로나 19 사태가 전 세계에 큰 위기를 안겼다. 베트남도 예외는 아니다.

베트남 경제 역시 최근 연도 들어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위기를 겪고 있다.

그러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베트남이 가장 큰 수혜국이 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국제 경제 기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런 경제 전망 분석의 기반은 그동안의 베트남내 경제적 상황과 산업 인프라에 대한 분석이 기본이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91번 환자’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베트남내 사회문화적 인프라 및 평판 인프라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분석 요소가 될 것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온라인으로 글로벌 시장이 하나로 연결된 지금의 세상이라면, 이런 평판 및 이미지 인프라는 앞으로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베트남 국민은 아직 경제적으로는 충분히 발전하지 않았지만 나라를 생각하는 애국심 그리고 공동체의식과 사회의식 만큼은 어느 강대국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갖추고 있음을 이번 일은 잘 보여주고 있다.
《유은길의 진짜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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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길기자 egyou@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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