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앨리슨 회장, 카페서 냅킨에 사업 구상 끄적이다…글로벌 PR 회사 키운 '소통의 달인'

글로벌 CEO - 스콧 앨리슨 앨리슨+파트너스 회장
구글·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과 계약

2001년 샌프란시스코서 설립
자유로운 기업문화 강점
공격적 M&A로 사업 확장
일러스트=허라미 기자 rami@hankyung.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많은 기업이 위기를 겪고 있다. 기업 홍보(PR)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스콧 앨리슨 앨리슨+파트너스 회장(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시장에서 승자와 패자가 극명하게 나뉠 것”이라며 “고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재빠르게 위기에 대응하는 기업이 승자로 남게 된다”고 강조했다. 앨리슨+파트너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고 30여 개 지사를 운영하고 있는 글로벌 PR 회사다. 구글 아마존 퀄컴 도요타 펩시콜라 버드와이저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과 계약을 맺고 마케팅 및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위기는 곧 기회다

앨리슨 회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민첩하고 정직하며 책임 있는 홍보 활동이 요구되고 있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작은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전자상거래 업체 쿠팡의 최근 사례가 대표적이다. 쿠팡은 지난달 경기 부천 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오자 계속 침묵하다 닷새 만에 입장을 내놨다. 쿠팡발(發) 코로나19 확진자가 100명 넘게 불어났을 때였다. 쿠팡은 또 충분한 설명보다 해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늑장 사과와 함께 비밀주의로 일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앨리슨 회장은 20여 년의 실전 경험을 통해 위기 관리 노하우를 쌓은 인물이다. 2001년 스콧 판스키, 조너선 헤이트, 애디 하디 브라운과 함께 앨리슨+파트너스를 창업했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카페에서 냅킨에 여러 구상을 끄적이며 미래를 준비했다고 한다. 원대한 포부를 안고 회사를 차린 그였지만 창업 1주일 만에 대형 위기를 맞았다. 9·11 테러가 발생하면서 미국 전역이 혼란에 빠졌다. 2008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었다.

앨리슨 회장은 “위기는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로 발생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할 것”이라며 “각 기업이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자유로운 기업 문화

앨리슨+파트너스는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창업 당시 12명에 불과했던 직원 수는 500여 명으로 불어났다. 지난해 거둬들인 글로벌 수익은 7190만달러로 전년(5890만달러)보다 22.1% 급증했다. 세계 250여 개 글로벌 PR 회사 가운데 매출 순위가 지난해 기준 32위다.

앨리슨+파트너스는 환경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골드만 환경상’을 세계에 알린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앨리슨 회장은 “10여 년 전만 해도 골드만 환경상은 샌프란시스코 지역 신문에서조차 작게 언급될 정도로 관심을 받지 못했다”며 “우리가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주요 언론에 소개되고 세계적인 시상식이 됐다”고 설명했다.성장 비결로는 자유로운 기업 문화를 지목했다. 그는 공동 창업자들과 함께 사업을 시작하면서 두 가지 원칙을 세웠다. 위계질서와 관료주의, 사내 정치가 없어야 한다는 것과 서로 영감을 주면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원칙을 토대로 임직원은 고객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이 덕분에 회사가 꾸준히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앨리슨+파트너스는 최근 미국 PR 전문지 프로보크 미디어가 선정한 ‘2020 북미 지역에서 일하기 좋은 PR 회사’ 1위에 올랐다. 북미 지역 PR 회사에서 근무하는 임직원 22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임직원이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소통 정책과 사내 멘토링, 외부 전문 교육, 리더십 아카데미 등 인재 육성 정책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확대되는 글로벌 사업

앨리슨 회장은 최근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신문, TV 등 전통 매체의 입지는 좁아지고 디지털 미디어와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미국 신문들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며 “고객사와 PR 회사는 소비자들에게 직접 콘텐츠를 전달하는 기술과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2018년 유럽을 주 무대로 활동하는 PR 업체인 원초콜릿커뮤니케이션을 인수했다. 디지털 전략 부문과 기술 분야, 기업 간 거래(B2B)에 특화된 회사로 평가받는다. 이 합병을 통해 글로벌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부문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최근에는 독일에 첫 사무소를 내고 일본의 PR 회사를 인수했다. 앨리슨 회장은 “사업 확장 및 콘텐츠 영역 확대를 통해 진정한 글로벌 회사로 거듭날 것”이라며 “최신 기술을 이용해 고객사들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앨리슨 회장은 PR 인재 육성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앨리슨+파트너스가 운영 중인 교육기관 ‘앨리슨대학’이 대표적이다. 업계 전문가와 회사 내 다양한 팀이 모여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는 곳이다. 앨리슨 회장은 지금까지 앨리슨대학에서 열린 34개 주요 행사에 모두 참석했을 정도로 교육 프로그램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PR 업계 후배들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앨리슨 회장은 “PR 업무는 서면 의사 소통이 필수이기 때문에 탄탄한 글쓰기 실력이 요구된다”며 “글로벌 트렌드와 신기술, 신산업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 자세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