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속도 내는 '전월세 신고제'…이달 재발의

20대 국회서 법안 폐기됐지만 21대서 재발의
하위 법령 용역개시…이르면 내년 말 도입될 듯
서울 강남 대치동에 밀집한 아파트 단지. 한경DB
임대차계약 내용에 대한 신고를 의무화하는 ‘전·월세 신고제’ 도입이 다시 추진된다. 20대 국회에서 계류하다 폐기됐던 법안이 이달 재발의된다. 하위 법령을 마련하기 위한 검토도 시작됐다. 이와 맞물려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논의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속도 내는 전·월세 신고제4일 국회에 따르면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월세 신고제를 담은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이달 중 발의할 예정이다. 지난해 8월 발의된 뒤 상임위에서 계류하다 20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미 사장된 법안이 재발의되는 건 사실상 의원입법 형태를 띌 뿐 정부가 역점적으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안호영 의원실 관계자는 “전·월세 신고제의 필요성에 대해 국토교통부와 공감대를 갖고 도입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21대 국회에선 상임위를 옮길 계획이어서 이달 중 발의를 마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월세 신고제는 보증금 등 임대차계약에 대한 내용을 30일 안에 시·군·구청에 신고해야 하는 게 골자다. 신고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한다. 현재는 매매계약에 대해서만 실거래 신고가 의무화돼 있다. 전·월세의 경우 임차인이 확정일자를 신고한 일부 주택에 대해서만 실거래 정보가 등록된다. 국토부 실거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임대차계약이 전체의 4분의 1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전세가격 등에 대한 시세 정보가 부족한 만큼 임대인과 임차인의 정보비대칭을 해결해야 한다는 게 제도를 도입하려는 근거다.개정안은 신고 대상 보증금 수준이나 지역에 대해선 시행령을 통해 따로 규정하도록 단서를 두고 있다. 국토부는 이미 구체적 범위를 정하기 위한 하위 법령 마련에 들어갔다. 지난 1일 마감한 관련 연구용역 입찰엔 한국감정원 등 10곳이 투찰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낙찰업체 선정을 위한 실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신고 정보의 관리와 검증 시스템을 마련하는 내용도 연구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세부 기준을 담은 시행령은 용역이 마무리되는 10월 이후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40일 간의 입법예고 이후 국무회의 심의·의결만 거치면 된다. 이에 맞춰 상위 법안 개정안이 ‘야소여대’ 정국을 타고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할 경우 연내 제도 근거가 모두 마련되는 셈이다. 시행은 법 공포 1년 뒤부터다.

◆임대소득 과세 본격화세무업계는 전·월세 신고제 도입이 과세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모든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가 시작된 만큼 임대차계약 정보 수집을 늦출 이유가 없어서다. 올해부턴(2019년 귀속분) 종합소득세를 따질 때 그동안 세금을 걷지 않던 연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에 대해서도 14% 단일세율로 분리과세한다.

우병탁 신한은행 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은 “그간 노출되지 않았던 500만 가구가량의 소득이 노출될 것으로 보인다”며 “임대소득이 신고되면서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당해 건강보험료까지 급증하는 임대인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증가한 세금을 다양한 형태로 임차인에게 전가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고제와 함께 임대차 3법으로 불리는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도 다시 추진될 전망이다. 전·월세 상한제는 일반 임대인도 주택임대사업자와 마찬가지로 계약기간 동안의 보증금 인상률을 제한하는 게 핵심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임대차계약이 끝난 세입자가 재계약을 요구할 경우 갱신을 강제하는 게 골자다. 지난 국회에선 상한율을 5%로 제한하는 법안과 갱신을 2회 요구할 수 있는 법안 등이 여럿 발의됐다. 그러나 모두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선 주도권을 쥔 여당을 중심으로 도입 여론이 다시 강하게 형성될 전망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론 집주인들이 제도 시행 이전 임대료를 미리 올리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신고제와 맞물릴 경우 민간임대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형진/장현주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