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서 만든 진짜 고기, 내년에 식탁 오른다

네덜란드 모사미트, 세계 첫 출시

동물 줄기세포 키워 만든 배양육
콩고기보다 맛·영양·식감 뛰어나
국내선 다나그린이 연말께 시식회
실험실에서 만든 고기가 식탁 위에 오를 날이 머지않았다. 콩으로 만든 가짜 고기가 아니다. 줄기세포로 키워낸 진짜 고기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배양육 기술 개발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르면 내년 첫 상용 제품이 나올 전망이다. 높은 생산단가 등 상용화 단계까지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 하지만 수년 내 배양육이 세계 육류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빌 게이츠도 배양육 기업에 투자배양육은 살아 있는 동물 세포에서 얻은 줄기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해 실험실에서 키워내는 고기다. 콩, 밀 등 식물성 단백질로 고기의 맛과 향, 식감을 흉내내는 식물성 대체육과 다르다. 국내 배양육 기업인 셀미트의 박길준 대표는 “식물성 대체육은 고기와 비슷한 맛을 내기 위해 첨가물을 많이 쓴다”며 “배양육의 맛과 단백질 함량이 식물성 대체육보다 뛰어나다”고 했다.

배양육의 역사는 2013년 8월 영국 런던에서 시작됐다. 네덜란드 스타트업인 모사미트가 3개월간 실험실에서 키운 햄버거 패티를 처음 공개하면서다. 이 회사는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멤피스미트(미국), 저스트(미국), 알레프팜스(이스라엘), 인테그리컬처(일본) 등도 배양육 개발에 한창이다. 글로벌 곡물 기업 카길과 일본의 소프트뱅크,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멤피스미트에 잇따라 투자하면서 시장의 관심도 높아졌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은 세계 배양육 시장이 2025년 2억1400만달러에서 2032년 5억9300만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2~3주 배양해 패티 형태로 생산78억 명인 세계 인구는 2050년이면 90억 명으로 늘어나고 육류 소비량은 현재의 두 배인 연간 5억t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축을 길러 고기를 얻는 전통적인 축산업으로는 앞으로 육류 소비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0여 년 전부터 대체육이 대안으로 떠오른 이유다. 기존 축산업보다 에너지 사용량은 55%, 물 사용량은 96% 줄이는 친환경이라는 것도 강점이다.

배양육 세포는 2~3주 정도면 작은 고깃덩어리가 된다. 두툼한 생고기 크기로 배양하는 데는 아직 한계가 있다. 대형 배양 장비 등이 개발되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대부분 패티 형태로 개발 중이다. 배양육 개발의 관건은 줄기세포가 고기로 자라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다. 줄기세포가 자라는 그릇인 스캐폴드 기술이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는 이유다. 스캐폴드는 식용 가능한 동물성 또는 식물성 단백질로 만들어진다. 스캐폴드에 줄기세포를 채운 뒤 세포배양액에 담가 고기로 배양한다. 식물성 스캐폴드를 개발한 다나그린의 김기우 대표는 “어떤 스캐폴드를 쓰느냐에 따라 배양육의 맛과 질감이 달라진다”며 “식물성 스캐폴드가 대량 생산에 더 적합하다”고 했다.

다나그린은 올해 말 배양육 공개 시식회를 열 예정이다. 쥐에서 얻은 근육 줄기세포를 이용해 배양육 개발에 뛰어든 지 1년 만인 지난 3월 사내 시식회를 열었다. 이 회사는 별도로 배양한 지방조직을 근육 줄기세포로 만든 살코기와 적절한 비율로 혼합하는 방식으로 육즙이 풍부한 배양육을 개발하고 있다. 2023년께 출시할 계획이다. 셀미트도 2023년 상용화가 목표다.가격과 안전성은 걸림돌

배양육을 상용화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가격이다. 모사미트가 처음 공개한 햄버거 패티는 한 장을 만드는 데 무려 3억9000만원이 들었다. 스캐폴드에 들어가는 세포배양액 재료가 비쌌기 때문이다. 최근 약 60만원대로 낮추는 데 성공했지만 100g당 2000원가량 하는 기존 패티와 비교하면 여전히 상업성이 떨어진다. 모사미트는 패티 단가를 개당 10달러까지 낮춰 내년 판매할 계획이다. 다나그린은 100g당 2600원 수준으로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제조 공정을 향상시키고 있다.

안전성 문제도 있다. 배양육이 유전자변형생물(GMO)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는 배양육 줄기세포가 먹고 자라는 세포배양액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유전자 편집 기술을 쓰고 있어 GMO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각에서는 GMO가 유전자 변이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농무부와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배양육에 대한 규제와 감독을 하겠다는 협약을 맺었다. 업계 관계자는 “양질의 근육 줄기세포를 확보하고 이를 보관할 방법을 찾아내는 등 유전자 조작이 필요없는 배양방식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