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예금이자'는 빨리 많이 내리면서…대출금리는 '미적'

4월 기준 '예금금리' 올 들어 0.35%P↓
같은 기간 '대출금리' 0.09%P↓ 그쳐
은행 "금리 산출 방식 달라 직접 비교 무리"
서울 시내 한 은행의 대출 상담 창구 모습. 사진=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치인 연 0.5%로 낮추면서 시중은행들도 예금금리 인하를 준비 중이다. 국민은행은 지난주 예·적금 상품의 금리를 0.2~0.3%포인트 낮췄고, 다른 은행들도 이번주부터 금리를 내릴 계획이다.

대출금리 인하는 빨라도 이달 중순 이후로 예상된다. 이마저도 지난달 은행 수신 금리를 반영해 매달 15일 발표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인하폭은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예금 이자는 '빨리 많이' 내리면서, 대출 금리는 '천천히 조금' 낮춘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예금 금리 0.35%P 내릴 때 대출 금리는 0.09%P

8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해 12월 말 연 2.96%에서 지난 4월 말 연 1.34%로 0.35%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는 연 2.98%에서 연 2.89%로 0.09%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특히 가계대출의 60%(잔액 기준)를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같은 기간 연 2.45%에서 연 2.58%로 오히려 0.13%포인트 올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주담대 취급 비중이 줄어들면서 전체 주담대 금리가 올랐다"며 "고정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5년물(AAA) 금리가 최근 상승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 "금리 산출 방식 달라"

은행들은 예금 금리는 많이 내리면서 대출 금리는 조금만 낮춘다는 지적에 대해 금리 산출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 비교하는 건 무리라는 입장이다.예·적금 금리는 기준금리를 바탕으로 결정되는데, 대출 금리의 경우 금융채나 코픽스 같은 시장 금리를 기준으로 한다.

은행들은 시장 금리가 꼭 기준금리와 같을 수 없다고 설명한다. 실제 금융채 5년물(AAA) 금리는 지난해 말 1.6%에서 지난 5일 1.45%로 0.15%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쳤다. 코픽스 역시 은행 수신 금리를 매달 15일 기준으로 정하기 때문에 기준 금리와 시차가 생길 수 있다는 게 은행 측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은행 수익 대부분이 예·적금 이자에서 나오는 만큼 은행들이 비판을 받더라도 자체적으로 금리를 정하는 예·적금 금리를 빨리 많이 내릴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대출금리는 은행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없는 반면 예금금리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자체적으로 결정한다"며 "은행도 기업체인 만큼 수익을 내기 위해 예·적금 금리를 더 빨리 적극적으로 낮출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대출금리 인하 전에 예금금리 인하를 더 빨리 단행해, 짧은 기간이나마 마진을 취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