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北에 끌려다녀선 안된다"

김여정 요구 수용한 정부 비판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이종배 정책위의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일방적으로 북한 요청에 끌려다니는 나라가 돼선 안 된다”며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8일 비대위 회의에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를 언급하며 “왜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응을 제대로 못 하는지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북한이 우리에게 얘기하면 마치 순응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자존심을 엄청나게 건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일 김 부부장이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요구하는 담화문을 내자 통일부는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김 위원장은 이를 두고 “북한과 평화적으로 화해하는 것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일방적으로 북한 요청에 끌려다녀선 안 된다”며 “핵이 무섭고 화학무기가 두려워서 북한에 저자세를 보이는 것인지,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정부는 대북 문제에 분명한 태도로 국민 자존심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노력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발언은 김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에 취임한 지난 1일 이후 처음으로 나온 정부 비판이다. ‘파괴적 혁신’을 강조하며 복지와 경제 분야에서 ‘좌클릭’ 기조를 보여 온 김 위원장이 안보와 북한 문제에는 강경 자세를 취해 전통적인 보수층의 마음을 잡으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온다.

장제원 통합당 의원은 이날 비대위 회의가 열리기 전 페이스북을 통해 “김 위원장이 온 뒤 대여 투쟁력이 현격히 약화됐다”며 “비대위 회의에서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이라는 말이 사라져버렸는데 ‘야당’인지 ‘요당’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