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박해'는 '진보의 유승민'이 될 수 있을까
입력
수정
조국 사태·금태섭 징계 국면서 떠오른 4명최근 정치권에서 '조금박해'라는 단어가 떠오르고 있다.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징계 과정에서 목소리를 낸 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 전현직 의원들의 성을 딴 단어다.
심상정에게 박수받았던 유승민과 '데자뷔'
"주류와 달리 외연 확장하며 체급 올릴 것으로 보여"
이들은 이해찬 대표의 함구령 속에서도 적극적으로 금 전 의원 옹호에 나서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들을 두고 '진보의 유승민'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과거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갈등 속에서 몸집을 불린 만큼 이들 역시 '슈퍼여당'을 당내에서 견제하는 과정을 거치며 몸값을 올릴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 전 의원은 2015년 새누리당(통합당 전신) 원내대표이던 시절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면서 박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당시 이 연설은 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 민주·진보 진영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또한 같은해 세월호법 시행령을 조정하기 위한 민주당과의 국회법 개정 합의안에 박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유 전 의원이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유 의원의 행보를 두고 '배신의 정치'라고 표현하기도 했다.이후 유 전 의원은 '개혁보수'의 상징이 되며 대선주자로 떠올랐다. 대통령이라는 권력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밀어붙이면서 거물급 정치인으로 체급을 올렸다.
조금박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선 유 전 의원을 떠올리고 있다. 특히 유 전 의원이 외연 확장을 통해 성장한 만큼 조금박해의 행보도 이와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당시부터 소신 발언을 이어왔다. 지난 4·15 총선 국면에선 선명성을 강조하는 출마자들과 각을 세우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들을 두고 '중도병'에 빠졌다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소신이 사라진 민주당 내에서 이들은 자칫 당내 분란을 일으키는 이들로 낙인이 찍힌 것이다.반면 통합당 내에선 이들에게 다소 호의적인 모습이다. 과거 심 의원이 유 전 의원을 옹호했던 모습이 '데자뷔' 되는 모양새다.
통합당 소속 한 의원은 "강력한 리더십을 보이는 이 대표 체제에서도 조금박해 네 명의 의원들은 소신 발언을 자제하고 있지 않다"라면서 "초선의 패기가 사라진 정치권에서 이들의 발언이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통합당 소속 의원은 "민주당 당권파가 주류가 된 상황에서 소신 있게 주류와 충돌하는 모습이 과거 유 전 의원을 떠올리기도 한다"라면서 "이들이 향후 민주당 외연 확장을 하는데도 역할을 하면서 자연스레 체급을 올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