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연락채널 폐기에 당혹스런 청와대…의도 분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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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대화 복원 노력 기울일 듯청와대는 9일 북한이 남북 통신연락 채널을 모두 차단·폐기하기로 한 데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의도 분석에 주력했다.
6·15선언 20주년 메시지 주목
청와대는 북한의 이 같은 통보에 즉각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배경 분석과 대응책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는 소집되지 않았다.지난해 2월 북미 정상의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 및 남북 대화의 교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북한이 사실상 남측과의 대화 중단을 선언한 것은 청와대에 곤혹스러운 일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들어 북미대화를 촉진하기 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동 방역 등 남북 협력사업 추진에 주력한 만큼 체감하는 실망감은 클 것으로 보인다.
이번 북한의 조치를 놓고 청와대 내에서는 다각적인 해석이 나온다. 우선 북미 및 남북관계가 풀리지 않는 데 따른 불만이 쌓인 상황에서 최근 대북전단 살포가 도화선이 돼 남북 핫라인 차단으로 악화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앞서 북한은 지난 4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 등을 통해 대북전단 살포와 남한 당국의 대응을 비판하며 남북관계 단절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남한이 한반도 문제 해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북측의 메시지라는 해석도 있다. 남북 공동방역, 철도 연결사업, 개별 관광 등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각종 사업을 제안한 상태에서 대북제재 문제를 풀어가는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경우 대화 복원은 가능하다는 시각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북측에서는 무엇인가를 풀어보겠다고 생각할 때 세게 나오는 경우가 많지 않았냐"고 했다. 실제 지난 3월 북한의 발사체 발사에 대한 한국 정부의 유감 표명에 김여정 제1부부장이 청와대를 강도 높게 비난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 다음 날 문 대통령과의 신뢰를 확인하는 친서를 보낸 바 있다.청와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도 남북대화를 복원하는 노력에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15일 6·15 남북 공동선언 20주년 등을 계기로 문 대통령이 어떤 형태로든 현재의 남북관계를 진단하는 동시에 대화 재개를 위한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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