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가 듣고 판단" 공판중심주의 강조…늘어나는 '불구속 재판의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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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일 검찰이 신청한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불구속 재판의 원칙'을 강조했다. 피의자에 대한 수사는 불구속 상태에서 하는 것이 원칙이며, 사전 구속영장 발부 여부와 최종적인 혐의 유무죄 판단은 별개라는 취지다.
법조계선 공개된 법정에서 이뤄진 진술을 바탕으로 최종적으로 유무죄를 판단해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가 강조되면서 불구속 재판 원칙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9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법원이 발부한 사전구속영장 건수는 2만 4044건으로 2015년 (3만 1158건)에 비해 4년만에 23% 감소했다. 사전구속영장 발부 건수는 줄어드는 반면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난 뒤 구속되는 '법정구속' 건수는 늘어나는 추세다. 2016년 법정구속된 인원수는 1만 1363명이었는데, 2018년엔 1만 2314명으로 8.3%가량 늘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판사가 진술과 증거조사 등을 직접 듣고 판단한 뒤 유죄를 선고하면 비로소 구속하겠다는 법정구속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며 "사전에 구속되면 변호인 접견이 제한되는 등 방어권 보장에 불리한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공판중심주의는 수사기관에서 작성한 조서 위주로 심리가 이뤄졌던 관행을 깨고 재판 당사자들이 법정에서 진술한 내용을 토대로 혐의를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이다.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공판중심주의는 법정에서의 변론을 중심으로 재판을 진행하게 하므로 재판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며 "경찰이나 검찰 등에서 작성된 조서의 의미가 약화되기 때문에 수사과정에서의 강압 등 피의자 인권 침해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피의자들이 수사과정에서의 진술을 뒤집어 주장할 가능성도 커진다.
사전구속영장은 어디까지나 수사기관이 수사를 할 때 피의자를 구금할 필요가 있어 법원에 요청하는 것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기소를 할 수도, 불기소를 할 수도 있지만 최종적인 유무죄 판단은 결국 법원에서 이뤄진다. 지난 2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구속영장도 같은 취지에서 기각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불구속 수사 원칙에 비춰 봤을 때 피의자에게 증거 인멸이나 도망의 우려가 없다"고 설명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법조계선 공개된 법정에서 이뤄진 진술을 바탕으로 최종적으로 유무죄를 판단해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가 강조되면서 불구속 재판 원칙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9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법원이 발부한 사전구속영장 건수는 2만 4044건으로 2015년 (3만 1158건)에 비해 4년만에 23% 감소했다. 사전구속영장 발부 건수는 줄어드는 반면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난 뒤 구속되는 '법정구속' 건수는 늘어나는 추세다. 2016년 법정구속된 인원수는 1만 1363명이었는데, 2018년엔 1만 2314명으로 8.3%가량 늘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판사가 진술과 증거조사 등을 직접 듣고 판단한 뒤 유죄를 선고하면 비로소 구속하겠다는 법정구속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며 "사전에 구속되면 변호인 접견이 제한되는 등 방어권 보장에 불리한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공판중심주의는 수사기관에서 작성한 조서 위주로 심리가 이뤄졌던 관행을 깨고 재판 당사자들이 법정에서 진술한 내용을 토대로 혐의를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이다.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공판중심주의는 법정에서의 변론을 중심으로 재판을 진행하게 하므로 재판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며 "경찰이나 검찰 등에서 작성된 조서의 의미가 약화되기 때문에 수사과정에서의 강압 등 피의자 인권 침해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피의자들이 수사과정에서의 진술을 뒤집어 주장할 가능성도 커진다.
사전구속영장은 어디까지나 수사기관이 수사를 할 때 피의자를 구금할 필요가 있어 법원에 요청하는 것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기소를 할 수도, 불기소를 할 수도 있지만 최종적인 유무죄 판단은 결국 법원에서 이뤄진다. 지난 2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구속영장도 같은 취지에서 기각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불구속 수사 원칙에 비춰 봤을 때 피의자에게 증거 인멸이나 도망의 우려가 없다"고 설명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