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도 "무슨 이야기지?"…낯설고 신선한 '사라진 시간' [종합]

영화 '사라진 시간' 언론시사회
배우들도 "무슨 이야기지 싶었다"
정진영 감독 "휘발되지 않고 생각하는 영화 됐으면"
역대급 의문 투성이 영화가 탄생했다. 배우 출신 정진영 감독의 첫 연출작 '사라진 시간'의 이야기다.

‘사라진 시간’은 의문의 화재사건을 수사하던 형사 ‘형구’(조진웅)가 자신이 믿었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충격적인 상황과 마주하면서 시작된다. 하루 아침에 한 남자의 삶이 송두리째 뒤바뀌는 신선한 설정과 과연 ‘형구' 가 이전의 삶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인지 결말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기묘한 스토리는 색다른 재미다.

정진영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해 베테랑 배우에서 연출자로 30년 만에 꿈을 이뤘다. 기존 상업영화의 문법을 과감히 탈피하며 신인 감독의 패기를 보여줬다.

9일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정진영 감독은 "극장에서 보시고 해석이 되어 없어지는 영화가 되지 않길 바랐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영화가) 생각하는 도구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관객이 '뭘 본거지?', '형구의 정체는 뭐야?'라는 고민을 집까지 가져갔으면 했다. 끝엔 '나의 정체는 뭐지?'라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라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정진영은 열일곱 때부터 감독이 꿈이었고, 삶의 대부분을 배우로 지내다 쉰이 넘어 드디어 꿈을 이루게 됐다. 그는 "한달 안에 찍은 영화라 몸은 힘들지만 굉장히 힘들었다. 미약을 먹은 것처럼 힘이 펄펄나고 웃음이 나기도 했다. 후반 작업 하면서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알았으면 시작하지 않았을 것 같다. 관객을 만나는 자리가 너무나 무서운 자리라는 것을 알았다면 겁먹은 채 시작을 안했을 것 같다. 아무것도 모르고 용기를 냈던 몇 년 전 저에게 칭찬해 주고 싶다"고 밝혔다.
물론 정 감독도 '망신당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도 했었다. 하지만 그는 용기를 냈다. "되든 안 되든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소박하게 해보자 생각했다. 망신 당해도 상관 없다는 생각, 마음으로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형구 역을 열연한 조진웅은 "감독님이 배우 출신이시라 소통이 잘 된다. 가려운 곳을 잘 아시는 느낌이다. 말씀도 잘 못하시는데 '이런 느낌~' 하면 잘 알 것 같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형구로서 연기하다보니 내가 그 사람인냥 살아가는 것 같았다. 상당히 미묘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영화가 '말이 돼?'라고 하실 수 있는데 코로나는 말이 되는가. 마스크 착용하고 있는데 극장에 오라고 홍보하는 게 아이러니한 일이다"라고 토로했다.

배수빈은 "저도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걸까?에 대한 고민을 했다. 내 이야기 혹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수 있겠구나 싶었다. 사실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정진영 감독의 꿈 속에 일부분으로 결과물을 함께 만들 수 있음에 영광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극중 마을사람 정해균 역을 연기한 정해균은 "뭐도 모르고 하게 됐다. 이런게 말려드는 거구나 싶었다. 하겠다고 했다가 후회 많이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저도 뭐가 진짜냐라고 묻기도 했다. 감독은 '다 실제라고 생각해'라셨다. 그래서 그냥 연기 했다. 배우 겸 감독과 술을 자주 먹으면 안되겠구나 싶었다. 죽을 때까지 이 작품을 고민하지 않을까 싶다. 가슴에 주는 이야기가 있는 것 같다"고 솔직한 심경을 드러냈다.
정진영은 "자유롭게 쓰고 끌고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법과 규칙을 생각하지 말자고 했다. 눈치 안보고 영화 연출을 하고 싶었다. 낯설음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거대한 특수효과, 스펙타클이 있는 건 아니지만 아기자기하게 모여 씨실과 날줄로 만들어간 이야기"라고 전했다.

'사라진 시간'의 매력에 대해 조진웅은 "시나리오는 도무지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더라. 완성본을 보니 가슴속으로 진하게 밀려드는 게 있다. 예술, 사랑은 설명하기 힘들지 않나. 우리 영화도 미묘한 매력이다. 너무 집중하지 말고 흐름을 쫓아가시면, 자연스럽게 소화되어 영화를 재해석할 재미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저는 영화가 끝나고 '다시 보고 싶다'고 생각되는 영화는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배수빈은 "모호한 작품"이라면서도 "매력포인트는 조진웅과 정해균 두 분이다. 경이롭고, 느낌은 오지만 설명할 수 없는 영화"라고 했다. 영화 '사라진 시간'은 오는 18일 개봉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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