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부품사들…코로나19 확산전부터 절반이 적자

자동차 부품사들이 무너지기 직전 상황에 몰렸다. 완성차 판매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전인 지난 1분기부터 실적이 곤두박질친 것으로 집계됐다. 2분기 이후에는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부 업체는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인력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한국경제신문이 10일 상장 부품사 80곳의 1분기 실적을 전수조사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36개 기업이 적자를 기록했다. 25개 회사는 영업이익이 줄었다. 수익성이 나빠진 기업이 전체의 76.3%에 달한다는 의미다. 대유에이텍 서연이화 성우하이텍 화신 등은 1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냈다. 작년 1분기(1곳)의 4배다. 국내 양대 부품사인 한온시스템과 만도 모두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다.

매출도 크게 줄었다. 53개 회사(66.3%)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감소했다. 에스모 에스제이케이 등은 매출이 절반 이상 감소했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작은 부품사라 해도 매출이 1년 만에 반토막나는 일은 거의 없다"며 "부품사들이 사상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일부 업체가 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자동차산업 1차 협력업체 수는 4년 연속 감소할 정도로 상황이 나쁘다. 지난해에도 1차 협력사 7곳이 사라졌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1차 협력사 수는 2018년 말 831곳에서 지난해 말 824곳으로 줄었다. 협회 관계자는 "일부 부품사는 폐업했고, 일부는 해외로 빠져나갔다"고 설명했다. 한국GM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중견 완성차업체에 납품하는 협력사들의 사정이 더 나쁜 곳으로 나타났다.

부품업계의 위기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37만7618명이다. 1년 전(38만4925명) 대비 7307명 줄었다. 2017년 4월(40만694명)과 비교하면 2만3076명 감소했다. 사라진 일자리 중 상당수는 부품업체 일자리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일부 부품사들이 희망퇴직을 받고 있고, 아예 문을 닫는 업체도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며 "부품업계가 흔들리면 한국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휘청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