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에 환경부 공무원 초청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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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관법 애로사항 눈으로 확인
규제개선 현장 목소리 전달
충북 청주 SK하이닉스 반도체공장에서 한 작업자가 탱크로리에 든 화학물질을 배관을 통해 케미컬공급실로 옮기고 있다. /공동취재단 제공
29종 9만5131t. 충북 청주 SK하이닉스 반도체공장에서 연간 사용하는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상 유해화학물질의 양이다. 반도체 회로를 새기고 불순물을 씻어내는 공정에는 황산, 질초산, 암모니아, 불산 등이 필수적으로 쓰인다. SK하이닉스 관계자들이 화관법 개정을 두고 환경부 공무원들과 수차례 간담회를 연 이유다.

환경부 공무원들이 10일 찾아간 이곳에는 24t짜리 탱크로리가 수시로 오가며 화학물질을 나르고 있었다. 노란색 방호복과 고글, 방호장갑 등 안전장구를 갖춘 작업자들이 탱크로리에 배관을 연결한 뒤 화학물질을 다시 탱크가 있는 케미컬공급실로 옮겼다.업계에서는 화학물질 안전 관리가 중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인력 운용에 어려움이 크다고 호소했다. 근로자 안전교육, 시설점검 의무 등을 함께 맡고 있는 화학물질 관리자 수가 공장별로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작업당 한 명 이상의 화학물질관리자가 필요하다 보니 탱크로리가 이전 작업이 끝날 때까지 두 시간 이상 대기하는 등 전체 작업 시간의 지연도 불가피했다. 화학물질 관리자를 여러 명 두기 힘든 중소기업에서는 더욱 어려움을 호소했다.

업계의 지속된 건의에 환경부는 내년 4월부터는 화학물질관리자뿐 아니라 전문기관의 안전교육을 받은 취급자 중 화학물질관리자가 지정한 이들도 상·하차 관리·감독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올 3월 법을 손봤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운송업체로서는 한 곳에서 상·하차 시간이 길어지면 다른 업체에서 작업을 서두르다 보니 연쇄적으로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개정 법으로 비효율이 해소되면 작업장 안전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환경부와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화학물질 안전을 강화하면서도 불필요한 행정 절차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화관법상 외부인 출입 관리대장이 단적인 예”라며 “반도체 생산시설은 보안이 워낙 중요하다 보니 출입 인원의 신원을 모두 확인해 자체 전산시스템에 기록하고 있는데, 정부 행정서식에 맞추느라 이를 다시 작성해야 한다”고 했다.

청주=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